“새 얼굴이 없다”…여당, 후보 절반이 ‘전현직 의원’
현역의원 65명, 전직의원 30명 ‘무더기 공천’
국민추천제까지 도입 … 인재 올지는 미지수
여권 “정치 부정적 선입견 탓에 출마 손사래”
국민의힘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새 얼굴이 없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국민의힘 공천장을 받은 예비후보 중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새 얼굴’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대신 전현직 의원이 다수 공천을 받았다. “경력직 공천” “고인물 공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8일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213명 가운데 현역의원은 65명, 전직의원은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당 후보의 절반 가까이가 전현직 의원인 셈이다. 8일 현재 경선 대기 중인 현역의원이 12명에 달해, 현역의원 공천자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희숙 오신환 박민식 나경원 등 전직의원들을 총선 승패가 걸린 한강벨트에 집중투입하기도 했다. 원희룡 심재철 김은혜 박대동 권영진 김용태 전 의원 등도 재발탁했다.
전현직 의원이 공천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새 얼굴’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경기 수원정), 호준석 전 YTN 앵커(서울 구로갑), 전상범 전 부장판사(서울 강북갑), 김효은 전 영어강사(경기 오산), 구자룡 변호사(서울 양천갑), 이상규 한국청년임대주택협회장(서울 성북을), 강철호 한국로봇산업협회장(경기 용인정), 한정민 청년서랍 이사장(경기 화성을) 등이 ‘새 얼굴’로 꼽히지만, 대부분 ‘험지’에 공천돼 생환이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쓸만한 ‘새 얼굴’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보이면서, 수도권에서 ‘후보 기근’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7일 “수도권을 탈환하려면 수도권에 괜찮은 후보를 집중 투입해야 하는데, 인재가 너무 부족했다. 선거 분위기는 좋아졌는데, 당장 표를 끌어올 후보가 모자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인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8~9일 국민추천제를 통한 인재 발굴에 나선다. 서울 강남갑·을, 대구 동구군위갑과 북갑, 울산 남갑 등 5개 지역구에 출마할 인재를 국민들로부터 직접 추천받겠다는 것이다. 공천장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이들 5개 지역구 공모에 쓸만한 인재가 얼마나 응모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5개 지역구에 불과하지만 국민추천제를 통해 “새 얼굴이 없다”는 지적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 눈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가급적이면 젊고 쨍한 분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얼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자에 ‘새 얼굴’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 여권 관계자들은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한다. 그동안 ‘새 얼굴’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쓸만한 ‘새 얼굴’은 대부분 정치 참여를 고사했다는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7일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국민적 신망도 얻을 수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했지만, 열 명 중 아홉은 정치 입문을 꺼린다”며 “정치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나중에 (당선이) 안되더라도 자리를 챙겨줄 수 있다는 여당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몇몇 인재들이 영입 제안을 수락했지만, 사실 정말 욕심나는 인재들은 정치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배우자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인재 영입이 어려운 이유”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쓸만한 인재를 발탁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 공천이 “경력직 공천” “고인물 공천”이란 비판을 받는 건 여당의 노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여권 인사는 7일 “집권여당 정도되면 인재영입위원회를 상시가동해, 경제·과학·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 인재들을 수시로 발굴하고 삼고초려해 끌어와야하는데 현실에서는 총선이 닥치면 그때서야 주변에서 사람을 찾으니 매번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조롱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