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하는 국회법’ 잠 깨우나 …“법대로” 강행 예고

2024-04-30 13:00:14 게재

5월 임시국회·본회의 의무 개최 규정 내세워 의장·여당 압박

김진표 의장, 원내대표 동행 해외출장 전 본회의 열지 주목

‘법안소위 월 3회이상·상임위 월 2회 이상’도 적용여부 관심

거대양당이 무시하며 사실상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을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쳐 주목된다. 4.10 총선에서 절대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입법 성과’를 내야하는 민주당이 ‘국회법’대로 임시국회와 본회의를 열 것을 국민의힘에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잠자고 있던 ‘상임위 월 2회이상, 법안소위 월 3회 이상’ 개최 의무를 담은 ‘일하는 국회법’도 깨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인구문제 강연 30일 국회에서 김진표 의장이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 초청 인구문제 해법 강연 전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3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날 5월 임시국회 일정이 시작됐지만 여야 원내대표간 협의가 되지 않아 의사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만났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후 회동 일정도 잡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무쟁점 법안을 중심으로 처리하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5월 2일과 28일에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쟁점 법안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간 의사일정 합의’를 요구해 놨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여당이 계속해서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은 채 본회의를 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차선책(플랜B)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날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명령한 주요 민생법안과 현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5월 임시회는 국회법에 따른 국회 의무”라고 했다. “국회법 제5조의 2에는 5월 국회를 열도록 명시되어 있고 5월 국회를 열지 않으면 국회법을 어기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회법 제5조의 2는 ‘2월, 3월, 4월, 5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홍 원내대표는 “국회법 76조 2를 보면 본회의 개회 일시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로 명시적으로 못박혀있다”며 “임시회가 열렸을 때 매주 목요일에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각의 법적 권리에 따라 하면 된다”며 “본회의를 열고 여당은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 된다”고 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별 소득없이 끝나면서 김 의장이 해외순방을 가기 전인 ‘5월 2일’에 본회의를 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들과 함께 다음달 4일부터 18일까지 각 지역 주요 중견국가 협의체인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차 멕시코에 방문한 뒤 브라질을 거쳐 워싱턴까지 다녀오는 일정을 잡아 놨다. 여야 원내대표 선거가 마무리되더라도 임기는 여전히 5월 29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본회의 안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여야 원내대표의 동행 순방은 성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 출신의 김 의장이 임기 중 마지막 해외 순방에 나가기 전에 4.10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을 반영해 본회의를 열고 ‘법대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다음달 2일에 민주당 지지층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 절차를 밟기 위한 일정까지 고려한 계획이다.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김 의장은 여야 합의로 의사일정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해놓은 상황이고 5월 2일 아침까지도 협상이나 조율이 이어질 것”이라며 “본회의를 열지 말지는 그 이후에 의장이 결심할 내용”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각자의 입장만 확인하고 끝난 만큼 민주당은 ‘법대로’를 내세워 법안 통과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도 법에 규정된 임시국회 개회와 본회의 개최뿐만 아니라 ‘법안소위 월 3회 이상, 상임위 월 2회 이상’ 열어야 하는 규정까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20대 국회였던 지난 2019년 4월 당시 ‘월 2회 법안소위 개최’를 의무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그해 7월부터 시행됐다.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2000년 말에 ‘법안소위 매달 3회 이상 개최’를 의무화했다. 매달 상임위 전체회의는 최소 2차례 열도록 했다. 제49조의2에서는 상임위 개회일시를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2시로, 소위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로 규정하고 상임위는 매월 2회 이상 열도록 했다. 국회법 57조 6항에는 ‘소위원회는 폐회 중에도 활동할 수 있으며,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는 매월 3회 이상 개회한다’고 돼 있다.

이외에도 59조에서는 회부된 지 30일이 지나면 법안을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86조에서는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올라온 법안이 60일이 지나도록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상임위 재적 5분의 3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행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일하는 국회법’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고 법안은 상정이나 심의가 늦어져 적체가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은 “민심에 따라 법안을 처리해야 하고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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