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3년차에 벌써 차기 경쟁 ‘점화’…‘윤심’ 뒷전

2024-05-21 13:00:30 게재

역대정권, 미래권력 창출에 ‘입김’ … 윤 대통령 이미 ‘무기력’

차기주자들, ‘윤심’ 눈치 안보고 존재감 드러내려 ‘각개약진’

20일 여권 차기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SNS 논쟁’을 벌였다. 정부의 ‘해외 직접 구매(직구)’ 대책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 유 전 의원과 나경원 당선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19일 정부의 직구 금지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하자, 오 시장은 20일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비판했다.

5.18 행불자 묘역 둘러보는 유승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행방불명자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유 전 의원이 “국내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다는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박하자, 오 시장은 “‘여당 내 야당’이 되어야지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되어야 한다”며 유 전 의원을 저격했다. 유 전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당정관계’니 ‘야당보다 더한 여당’이란 감정적 언사로 논점을 이탈하고 프레임을 바꾸려 하지 말라”고 재차 반박했지만 오 시장은 더 이상의 확전은 피했다.

21일 여권 차기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겨우 임기 3년차를 맞았지만, 차기주자들은 ‘윤심’ 눈치를 보기보다는 각자의 대권 행보에 마음이 급한 눈치다. 차기 경쟁이 조기 점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역대정권에서는 임기 중반까지는 현재권력의 위세에 눌려 미래권력이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현재권력의 ‘시간’임을 인정하고 미래권력은 2선에 물러나 있곤 했다. 현재권력은 심지어 미래권력 창출에 입김을 행사하려 했다. 차기주자를 입각시켜 체급을 올려준 것. 김대중 대통령은 노무현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김근태·정동영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정운찬·김태호에게 입각 기회를 제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계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낙점해놓고 교감했다.

하지만 윤석열정권 3년차를 맞은 여권 차기주자들은 ‘윤심’ 눈치를 보기보다 각개약진에 분주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 부진으로 인해 지지도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마당에 ‘윤심’에 기대기보다는 홀로서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외국인주민정책 마스터플랜 발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오 시장이 20일 ‘SNS 논쟁’에서 ‘건전한 당정관계’를 언급했다는 점 때문에 ‘윤심’을 신경 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오 시장도 ‘윤심’보다는 ‘당심’과 ‘민심’에 승부를 걸려는 입장인 것으로 읽힌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마찬가지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한 전 위원장을 연일 비판하고, 4.10 총선 직후 윤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심’을 업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홍 시장 역시 ‘윤심’보다는 ‘당심’ ‘민심’에 무게를 둔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한 전 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유 전 의원은 대놓고 ‘비윤의 길’을 걸으면서 차기를 향한 각개약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갤럽 차기 대선주자 조사(7~9일, 전화면접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17%로 선두권을 형성한 한 전 위원장은 19일 정부의 직구 금지를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재부각시켰다. 한 전 위원장은 ‘윤심’을 거슬러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차기 도전의 발판으로 삼을 태세다. 윤 대통령 임기 3년차에 ‘비윤 대표’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안철수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채 상병 특검 찬성 입장에 변화가 없다” “(직구 금지 논란은) 전형적인 탁상공론 또는 정책 실패의 전형”이라며 ‘여당 내 야당’ 역할에 충실했다. 안 의원도 전당대회를 차기 전초전으로 삼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권 인사는 20일 “(윤 대통령) 임기는 3년이나 남았지만 지지율 20%대 대통령의 낙점을 기대하거나 눈치를 보는 차기주자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차기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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