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협의 강화’ 나섰지만…정책 혼선 반복 우려 여전

2024-05-23 13:00:16 게재

당정대, 고위 협의 매주 일요일 열기로…정책협의회도 신설

금감원장 “공매도 6월중 일부 재개” 용산 “바뀐 입장 없다”

“정책조정 능력 부족, 총선 패배 후 여권 전체 의욕 떨어져”

해외직구, 고령자 운전면허, 공매도 등 주요정책을 놓고 정부 내 혼선이 잇따라 빚어지자 여권이 대통령실·정부·여당이 협의를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총선참패 후 대통령실의 구심력이 약화돼 가는 상황인 만큼 정책 부문에서도 여권 전반의 이완을 다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 접견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을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직구 논란’에 회의 정례화 =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당정대)은 정책 조율 기능 강화를 위해 ‘정책협의회’를 신설하고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기로 했다.

당정대는 22일 모처에서 첫 정책협의회를 비공개로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전 당정 간 정책 협의를 강화하기 위한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며 “매주 일요일 개최되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당정 간 정책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오늘 열린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한층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당정 간 협의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매주 당 정책위의장, 대통령실 정책실장,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 1차관 및 사안에 따라 관련 차관이 참여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인 고위 당정뿐 아니라 장·차관들과 국회에서 수시로 정책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며 정책을 “주관 부처가 하더라도 당과 사전 협의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협의회는 국정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고위 당정대 협의회와 달리 정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당정대는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여하는 기존 고위 협의회도 현안이 있을 때만 열던 것을 매주 일요일 개최로 정례화했다.

또 각 부처 실무진과 당이 참여하는 실무 당정 협의를 수시로 진행하고, 대통령실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 사안의 현실 적합성을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정부의 일방적 ‘해외 직구’ 규제 발표로 빚어진 혼선과 논란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도 논란 = 여권이 정책협의 강화에 나섰지만 ‘직구 논란’ 후에도 정책혼선과 이를 수습하기 위한 해명이 뒤따르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불법 공매도를 점검·차단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철저하게 구축하고,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으면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방침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공매도에 관해서는 특별히 바뀐 입장이 없다”면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공매도는 재개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히며 “금감원장의 발언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나온 개인적인, 제 기억에는 개인적인 희망 정도로 말씀하신 듯하다”고 수습했다.

앞서 20일에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고령 운전자 운전자격 관리,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 검토‘ 내용에서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인층과 정치권에서 비판이 일자 경찰청은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작년에도 ‘당정협의’ 강조했지만 = 당정대 협의 강화가 정책혼선 해소를 위한 충분조건이냐는 데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이 이른바 ‘주69시간제’ 논란을 낳았던 지난해 3월 27일 국무회의 때 윤 대통령은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3일 “총선패배 후 각 부처에 가해지는 정책 생산 압박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며 “여권 전체가 특검 등 정무적 사건에 매달리고, 국회 말기 여당 지도부의 전열약화로 협의가 사실상 형해화됐다”고 봤다.

여권 관계자는 “출범 당시부터 부처 공무원 위주로 인선이 진행되면서 정책조정능력이 부족했지만 특히 총선패배 이후 여권 전체의 의욕이 저하된 탓”이라며 “평소 같으면 넘어갈 수 있었을 잘못들도 여권 내에서마저 모두가 입에 올리며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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