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뭘 담을 건가

2024-06-17 13:00:15 게재

나라살림을 꾸리고 정책을 집행해나가는 데 있어 6월 하순은 특별하다. 상반기 추진 상황과 성과를 점검하고 돌이키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가다듬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 시장이 주목한 이유다.

기재부는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침체했던 반도체 경기의 호황으로 수출이 잘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고?

이상해서 11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경제동향’ 6월호에 들어가 보았다. KDI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경제동향 진단 엇갈린 기재부와 KDI

3일 시차를 두고 내놓은 KDI와 기재부의 경제동향 진단이 크게 차이난다. 세계경제 흐름이나 다른 나라 상황분석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생산 투자 소비 고용 물가 등-지표를 놓고 달리 해석한 것이다. 하반기 경영 및 지출계획을 짜는 데 참고하려는 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어느 진단을 믿어야 하나.

기재부는 무엇을 근거로 내수회복을 장담했을까. 1분기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7% 늘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찜찜했는지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승용차 판매 감소,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하락 등을 부정적 요인으로 열거했다.

사실 경제현실은 기재부 진단과 딴판이다. 5월 고용동향을 보면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1인 자영업자가 11만4000명 감소했다. 도소매업 종사자도 7만3000명 줄었다. 내수부진으로 관련 분야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그 결과 전년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8만명으로 39개월 만에 최소치였다. 반면 실업자는 9만7000명 늘었다.

우리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봉착한 모습이다. 4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9년 만에 최고치다. 3월 대비 한달 새 0.07%p 오르며 경고등을 켰다. 1분기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가 5922개로 4년 만에 최대다.

체감경기만 나쁜 게 아니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4월까지 재정적자가 역대급 세수펑크를 낸 지난해보다 19조원 많은 64조6000억원이다. 물가는 농산물과 외식을 중심으로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서울 기준 56주 연속 오른 전셋값이 일부 지역 아파트 거래가격을 밀어 올리는 등 주택시장도 불안하다.

윤석열정부 2기 경제팀 컨트롤타워인 최상목 부총리가 취임하며 ‘역동경제’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기진맥진 경제’다. 4월말 1분기 1.3% 깜짝 성장률이 발표되자 기재부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라며 반색했다. 반면 KDI는 “고금리 기조로 소비여력이 약화돼 소비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냉평했다.

한국은행이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꿔 산출하자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194달러로 일본을 능가했다. 포착되지 않던 유튜버 등 1인 사업자, 신산업 분야 기업활동이 포함돼 국내총생산(GDP)이 늘기도 했지만 급격한 엔저에 따른 착시효과도 작용했다.

‘역동경제’ 외치지만 현실은 ‘기진맥진 경제’

괜히 우쭐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여권 일각에서 거론했다는 ‘5·7·5(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중산층 70% 육성, 수출 5대 강국 도약) 경제비전’을 담은 3개년 경제계획과 같은 희망고문 성격의 약속은 하지 않기 바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기 경제팀장 시절 그토록 ‘상저하고’를 외쳤지만 성장률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현실진단이 올바라야 처방과 효과도 나타난다. 그럴싸한 것만 보거나 지레짐작하고 과거 방식대로 처방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하기 더 어려워진다. 경제·민생문제 해결을 국민에 체감시키려면 실현가능한 정책을 확실히 실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1호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훨씬 많다. 대통령의 여당 워크숍 건배나 어퍼컷 세리머니를 바라보기에 민생은 너무 고달프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