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멘 항구 공습…확전 우려
NYT “후티아닌 민간인 피해”
유엔 “모든 당사자 자제해야”
이스라엘이 20일(현지시간) 예멘의 최대 물류항이자 경제근거지인 호데이타를 직접 공격했다.
이스라엘에서 1700km 가량 떨어진 예멘에 최신예 F-35 전투기를 동원한 이번 공습으로 정유시설, 유류탱크, 전력시설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예멘 알마시라TV는 이번 공습으로 6명이 죽고 8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호데이타항 공습은 예멘 후티 반군이 19일 텔아비브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을 부상시킨 데 대한 반격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예멘 공습을 강력 규탄했다. 이란 외무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예멘 국민은 무고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여성과 아이들까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어린이를 살해하는 이스라엘 정권의 호전적 본성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의 대표적 조직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이날 낸 성명에서 “시온주의 정권의 예멘 공습에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전선에서 단결된 힘으로 그들에 맞서 기꺼이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확전우려가 커지자 유엔사무총장은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이)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다수의 사망자와 80명 이상의 부상자, 민간 인프라에서의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에서 추가로 긴장이 고조될 위험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으며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이스라엘의 예멘 항구 공격은 후티 반군이 추가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예멘 사람들의 고통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예멘 주재 미 육군 무관인 애덤 클레멘츠는 “이번 공격은 후티가 홍해나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하는 능력보다 일반 예멘인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고 말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인 후티는 2014년 예멘 수도를 점령한 후 전국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의 군사지원과 무기를 지원받은 사우디 주도 연합은 후티를 몰아내기 위해 반격하며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후티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2017년 후티에 의해 투옥되었던 예멘 정치 분석가 히샴 알-오메이시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후티 작전을 억제하거나 훼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병대가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반대 입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해 왔으며 “항상 이스라엘을 직접적인 대결로 끌어들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은 후티 지도자들에게 아랍인과 무슬림의 수호자라는 주장을 정당화할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의 신병 모집과 권력 장악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