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임명 미룬 마크롱…좌파 “선거결과 부정”
마크롱 “올림픽동안 현정부 유지”
좌파연합 “사임하라” 총공세
프랑스 좌파 연합이 진통 끝에 총리 후보를 결정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올림픽이 끝나는 8월 중순까지 새 총리를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혀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새 정부를 구성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을 두고는 “그들이 이번 의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며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날 NFP가 총리 후보를 내세운 데 대해 “중요한 건 정치 진영이 제시한 이름이 아니다”라며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 의회 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좌파 연합이 23일(현지시간) 진통 끝에 총리 후보자를 결정했다. NFP는 이날 오후 성명에서 “각 정당 지도자가 모여 논의한 끝에 공화국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 제안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총리 후보자를 공개했다. 이들이 오랜 논쟁 끝에 선택한 인물은 루시 카스테트(37) 파리시 재무국장이다.
NFP는 카스테트에 대해 “공공 서비스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싸우는 단체의 리더”라며 “64세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투쟁에 적극 참여했고, 세금 사기와 금융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노력해 온 고위 공무원”이라고 설명했다.
좌파 연합은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 임명을 거부하자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NFP내 최대 진영인 극좌 성향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공화 전선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최악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우리는 이겼고, 공약이 있고, 총리가 있다”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현실 부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이 좌파진영 총리를 임명하지 않는 데 대해, 남은 임기 3년의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시각도 있다.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 개혁 폐지를 비롯해 현 정부의 국정 운영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공약을 총선 과정에서 제시했다. NFP는 당장 이날 하원에 연금 개혁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임기 내내 친기업적 정책을 펴오며 외국 투자 등을 끌어낸 마크롱 정부의 경제 정책도 좌파가 총리직에 앉을 경우 대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정책 변화 가능성을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부를 창출해야 하며, 계속해서 재산업화하고 경쟁력을 갖추고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며 “시계를 되돌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