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응급실 뺑뺑이 막을 ‘동희법’ 제대로 시행하자

2024-09-11 13:00:01 게재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의사와 환자 모두 불만이다. 응급의료 전문의는 개원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과 고된 당직과 의료소송 부담 때문에 언제라도 의료현장을 떠나고 싶어 한다. 환자는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실 뺑뺑이’로 의료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설계부터 완전히 다시 해야 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하는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다.

2019년 10월 9일 119구급차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양산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 중인 만 4세 김동희 어린이가 도착 5~6분 전 수용 거부를 통보받았다. 119구급대는 어쩔 수 없이 오던 길을 돌아 22분 만에 부산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지만 뇌사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했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심폐소생술을 받는 응급환자를 치료하고 있어서 동희군을 수용하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경찰·검찰의 수사를 통해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종의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면서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응급의료 거부로 위법행위다.

정당한 사유없는 응급환자 거부는 위법

동희 부모는 아들과 같은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거부로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억울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며 국회와 정부에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 법제화를 호소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와 수용 불가능 시 사전 통보의무,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방법·절차를 명확하게 법정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2월 2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를 ‘동희법’으로 부른다.

정부는 개정된 응급의료법에 따라 ‘응급환자 적정수용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2차례에 걸쳐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아직까지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준지침안에는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방안이 포함됐다.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했을 때 119구급상황관리센터 또는 중앙응급의료센터로부터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요청받은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를 수용하고 응급의료를 제공하도록 했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의 사정상 수용하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강제적으로 수용하도록 규정하면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형사책임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반대한다. 환자단체에서는 이러한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달까지 했다.

의료계에서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 내용 모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대하는 내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해서라도 신속하게 발표하고 시행해야 한다.

심화된 응급실 문제 해결하는 단초

이를 통해 국민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어느 시간에 어떠한 응급상황에 처하더라도 전국의 응급의료기관들과 119구급대들이 하나인 것처럼 작동할 수 있는 응급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희법’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은 응급실 의료공백이 커지는 요즘 무엇보다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