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행정감사보다 못한 서울시 국감
명태균 선거개입 공방에 정책 감사 실종
정교한 정책검증 대신 오세훈에만 초점
'국가위임사무·예산사업 검증' 취지 어긋나
서울시 국감에서 정책 감사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명태균 공방 등 정쟁 이슈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법률이 정한 지자체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1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명태균 논란으로 오세훈 시장 압박에 나섰다.
윤건영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명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명씨가 개입해 판을 짰다는 주장이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오 시장은 “이런 질문이 국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답변할 의무는 없지만 (원하시니) 답하겠다”면서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그렇다면) 명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의향이 있냐”고 되물었고 오 시장은 “고소장은 써놨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박정현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를 만난 게 사실이냐”고 오 시장을 다그쳤다. 그러자 오 시장은 “16대 국회에서 같이 활동한 김영선 전 의원이 ‘좋은 분을 소개하겠다’고 해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명씨가 오 시장과 만남에서 ‘서울시장 할거냐, 대통령 할거냐’라고 물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이미 시장 출마 선언을 한 뒤라 시기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명씨는 14일 SNS에 오 시장을 향해 ‘망신당하지 말고 그만하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자신 있으면 뭐든 다 폭로하라”고 명씨 주장을 일축했다.
급기야 명태균 논란에서 촉발된 여야 공방 때문에 서울시 국감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오 시장이 의원들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광희 의원이 ‘깐족댄다’는 표현을 쓰자 오 시장은 다섯차례에 걸쳐 “의원님 표현이 과하시다. 제가 지금 깐족댔냐”고 되받았고 이 과정에서 여야간 고성이 오가며 감사가 일시 중지됐다.
오 시장과 야당 의원들은 쌍방의 질의 응답 태도를 두고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답변 시간을 갖지 못한 오 시장은 “지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사실관계가 아닌 걸 말씀하시고 답변할 기회를 안 주시면 지켜보는 국민들은 오해하신다”며 “피감기관장이 죄인인가. 아무리 피감기관이지만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답변할 시간을 주셔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은 지적에도 오 시장이 선뜻 문제를 인정하지 않자 야당 의원들은 “정말 서울시장이 대단하네” 등의 비아냥을 쏟아냈고 오 시장도 태도를 굽히지 않으면서 국감 내내 긴장이 지속됐다.
◆정책 검증 나섰지만 정교함 부족 =
명태균 논란이 국감 흐름을 좌우하면서 정작 정책 검증이 중심이 돼야할 국감장이 정쟁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국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정책을 수행하는 서울시 사업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 모색 등 미래지향적 정책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강리버버스, 독도조형물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오세훈의 대선플랜’ ‘대통령실과의 연관성 의심’ 등 정치공방이 앞섰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국회의 국정감사가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시된다.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와 광역시·도가 감사 대상이다. 다만 감사의 범위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제한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