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행정통합 최대 관건은 ‘주민 공감대’

2024-11-25 13:00:20 게재

대구·경북, 북부권 반발에 휘청

부산·경남, 기초 사전협의 없어

대전·충남, 시민사회 반발 기류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경남과 대전·충남 등 광역시·도 행정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3개 권역 모두 기초지자체와 주민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공감대 없이 통합이 추진되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경북 북부권 지자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경북 울진군의회가 ‘행정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19일에는 권기창 안동시장과 김학동 예천군수가 행정통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동 주민 500여명도 20일 구미에서 열린 김천·구미·상주·칠곡 대상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방적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이철우 경북지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눈치다. 홍 시장은 20일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경북 일부 지역에서 소지역주의가 팽배해 있다”며 “대구·경북이 하나 되어 발전할 수 있도록 경북도 차원에서 행정통합 추진에 속도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경남은 대구·경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주민 공감대 형성에 나섰지만 정작 최대 이해당사자인 기초지자체와 사전협의를 진행하지 않아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한 자치구청장은 “부산·경남 통합은 대구·경북과는 달리 부산의 자치구, 경남의 시·군 행정체제 개편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부산의 구·군, 경남의 시·군 단체장과 사전협의 한 차례 없이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역시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은 이미 몇 년간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지역이지만 대전·충남 통합은 이번에 처음 제안됐다. 그런데도 대전시와 충남도가 불과 1년 6개월 만에 통합 지자체를 출범하겠다고 나서자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김재섭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행정통합이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사전 의견수렴이나 통합효과에 대한 충분한 전달 없이 선출직 공직자끼리 합의한 것만 가지고 선언하고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칫 구체적인 내용 없이 주민 혼란만 가중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결국 통합을 추진하는 3개 권역 모두 주민 공감대라는 큰 산을 맞닥뜨린 셈이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22일 행안부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행정체제개편이 획일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각각의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시·도 행정통합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정부 권고안 마련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제주와 서울 등 중부권역을 대상으로 지역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이달 8일 호남권, 13일 부산·경남권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위원회 권고안이 마련되면 정부 차원의 전담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자발적인 행정체제개편 논의에 대해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최세호·윤여운·곽재우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