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재무리스크 확대 논란 지속
확대된 차입금에 이자 부담 커져
업황부진 장기화·EOD 반복 우려
최근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롯데케미칼에 대한 재무리스크 확대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롯데 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주가는 하락하고, 국내 신용평가사와 채권전문가들은 확대된 차입금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커진 상태에 업황 부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분기마다 반복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고했다.
이는 채권자가 대출금을 만기 전에 조기 회수 하는 것으로 지난 2013년 이후 롯데케미칼이 16회차에 걸쳐 발행한 회사채 2조2920억원어치 중 89%(2조450억원어치)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이 지키지 못한 조건은 3개년 누적 이자비용 대비 EBITDA(상각전 영업이익)가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특약이었다. 그러나 올해 9월 말 기준 약 4배를 기록하면서 특약사항을 준수하지 못했다. 이에 해당 특약이 삽입된 회사채에 대해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이때 채권자는 의결을 통해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 다만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 발생이 기한이익상실 혹은 채권 조기상환 의무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일각에서는 기한이익상실 선언이 이루어지더라도 보유예금 2조원 등 가용 재원을 활용해 충분히 상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롯데케미칼이 이미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데다, 시장과 소통하고 있는 만큼 채권자인 연기금과 증권사 등이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기한이익상실 요건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번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과 엮이면서 그룹 차원에서의 유동성 대응 여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의 ‘재무 악화’를 우려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1년 27.8배였던 롯데케미칼의 EBITDA이자보상배율은 3분기 0.9배까지 떨어졌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했다는 뜻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되고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롯데케미칼은 수요 부진 속에 중국 등의 공격적인 증설로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2022년부터 지난 3분기까지 1조6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공급 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5조원이 넘는 금액을 해외공장 건설과 인수합병에 사용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확대된 차입금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커진 상태이며, 단기간 내 영업현금창출의 빠른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단기 EBITDA/이자비용이 5배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중단기 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분기마다 반복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지난 1월 롯데케미칼의 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건설 등 그룹계열사까지 여파가 미치면서 롯데 그룹 전체 차원에서의 신용등급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