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불편한 ‘환경 말걸기’가 필요하다

2024-11-29 00:00:00 게재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성안 뒤 서명 비준 등의 과정을 거쳐 협약 발효)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전주기(제품 생산 소비 등 모든 단계)적인 플라스틱 관리에 관한 구속력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목표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회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설사 본래 예정된 12월 1일 폐막을 넘기면서까지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성안이 되더라도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만큼 강력한 대책이 나오지는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규제와 관련한 국제협약은 큰 틀에서는 전지구 환경보호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셈법이 함께 공존하는 게 현실이다. 석유 등 화석연료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드는 새 플라스틱(신재)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단량체가 일정하고 반복적인 단위로 사슬처럼 연계된 큰 분자)를 규제하면 산유국이나 석유화학산업 비중이 큰 국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특수플라스틱 생산에 중점을 두는 국가들에겐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특수플라스틱은 고기능성과 특수한 물성을 가진 제품이다.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아세탈(POM) 폴리아미드(PA)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등이 이에 속한다. 만약 이번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성안되면서 1차 폴리머 규제 적용 내용이 담긴다면 특수플라스틱의 경우 범용플라스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범용플라스틱은 폴리스티렌(PS) 폴리염화비닐(PVC) 폴리프로필렌(PP) 등이다.

게다가 온실가스 문제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은 경제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잘 찢어지지 않는 물성 때문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중이다. 그래서 탈(脫)플라스틱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반가운 사실이 하나 있다. 환경 분야 취재를 10여년간 해왔지만 요즘처럼 얼굴이 화끈화끈해지며 불편해지는 경우도 없다는 점이다. ‘일회용컵은 무슨’ ‘걸어 올라가자’ ‘(환경을 생각하니) 이제 그 제품은 못쓰겠어’ 등 기자에게 핀잔과 함께 오히려 적극적으로 친환경 생활 행동을 해야 한다며 얘기를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거창한 구호나 정치적인 맥락에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환경감수성이 높아지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는 순간들이다.

때문에 불편한 ‘환경 말걸기’를 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반갑다. 또한 그 불편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결국 시대흐름을 바꾸는 건 법이나 제도가 아닌 점처럼 시작은 미약하지만 모이면 선이 되고 면이 되는 사람들의 연대다.

김아영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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