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전망
새로운 한류 ‘넥스트 케이’ 기대한다
전세계적 협업 통해 보다 넓은 가능성 찾아 …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산업과 연계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가 전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K)-콘텐츠가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틀을 깼다는 평가다. 3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2024 결산 2025 전망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콘텐츠산업을 주제로 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세미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했다.
“최근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는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아파트’의 성공을 보면서 새로운 케이(K)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케이(K)-콘텐츠는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한국적 콘텐츠’라고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케이(K)-콘텐츠의 궁극적 성장은 케이(K)를 붙일 필요 없는, 그 자체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심이 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콘텐츠산업 2024 결산 2025 전망 세미나’에서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의 일성이다. 세미나에서는 ‘키워드로 전망하는 2025년 콘텐츠산업’을 통해 2025년 콘텐츠산업 전망을 키워드 8개로 살폈다.

◆“새로운 기술 활용, 다양한 서비스 전략” = 첫 키워드는 새로운 케이(K)를 의미하는 ‘넥스트 케이(Next K): 그 이상의 케이(K)’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 등의 성공을 보면 이제 케이(K)-콘텐츠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인이 즐기는 콘텐츠가 됐다. 이어 문화적 경계와 지리적 경계에 갇히지 않고 더 넓은 시장과 더 많은 이용자와 만나는 케이(K)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로운 한류, ‘넥스트 케이(Next K)’라 할 수 있다.
‘넥스트 케이(Next K)’는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주제와 한국의 제작체계가 현지 문화예술인력 및 제작인력과 만나는 초국적 제작체계가 핵심이다. 케이(K)-콘텐츠가 한국적이라는 특수성을 넘어서서 전세계 대중문화의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 원장직무대행은 “한국 콘텐츠는 ‘케이(K)’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넓은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넥스트 케이(Next K)’를 위해서는 글로벌 협업을 통해 보다 다양한 색채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해야 하며 다양한 서비스 전략도 필요하다”면서 “이어지는 키워드들은 ‘넥스트 케이(Next K)’를 위한 밑거름”이라고 덧붙였다.
2번째 키워드는 ‘글로벌 시장 공략, 힙(H.I.P)하게’이다. 이는 △초현지화 전략(Hyper-Localization) △지적재산권(IP) 연계를 통한 연관산업 진출 확대(IP-Connected Industry) △새로운 해외판로 개척(Pioneer)으로 압축된다.
초현지화 전략은 현지 문화와 정서, 소비자 취향에 맞춘 콘텐츠 전략을 의미한다.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제작진을 참여시키고 다양한 국적의 문화예술인이나 출연진을 통해 현지인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산업과 연계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연관산업의 진출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새로운 해외판로 개척도 필요하다.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더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유 원장직무대행은 “콘진원은 수출 지원 플랫폼 웰콘(Welcon)을 통해 해외진출 시, 현지 네트워킹을 돕고 기업맞춤형 해외심층정보 서비스를 통해 고도화된 해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콘텐츠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회와 위험 사이, 균형 있는 생존 = 3번째 키워드로는 ‘인지인(人)조화’가 꼽혔다.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문제점과 거부감을 극복해 창작의 도구인 인공지능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을 모색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도입 초기엔 호기심과 흥미로 큰 관심을 받지만 이후 많은 시도들이 실패를 겪으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불쾌감과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게 된다. 이같은 시행착오의 시기를 거치면서 유의미한 성공사례가 등장하고 이후 안정화 단계를 거쳐 인공지능이 시장에 채택된다.
콘텐츠 분야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제작사 간, 인력 간 기술과 정보 불균형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로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반면 중소 제작사들은 이같은 기술을 도입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용자들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흥미를 보이기도 하지만 어색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인공지능 기술 격차와 이용자와의 간극을 좁히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 인공지능 도구 플랫폼들은 콘텐츠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5년에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격차를 좁히는 시도와 인공지능 콘텐츠의 매력도를 올리는 실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번째 키워드는 ‘네오크리에이터’다. 네오크리에이터는 기존에 없던 방식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신인류를 의미한다. 전형적인 음악 콘텐츠가 가수들의 완결된 노래와 춤을 듣고 보는 것이었다면 그룹 구성 단계부터 연습 과정과 공연 등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는 세계관을 구축한 버추얼 아이돌은 대표적 사례다.
5번째 키워드로는 ‘생존의 시대, 시소(SISO)전략’이 꼽혔다. 콘텐츠 기업들은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기회와 위험 사이에서 균형 있게 생존해야 한다. 시소는 △비용 절감(Save) △개인 맞춤형(Individualize) △IP 중심 지속가능화(Sustain) △합병 및 협업 강화(Organize)를 의미한다.
이 외에도 콘텐츠에 대한 ‘덕질’이 보다 넓어지고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콘덕지교’,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이용자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콘텐츠가 변주한다는 ‘콘멜레온’, 주류(Mainstream)와 비주류의 경계가 사라지고 대본(Script) 없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친환경적(No, Garbage)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의 ‘노엠스지(No, M. S. G.)’가 키워드로 뽑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