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뚫는 여성기업인 3인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 열다…“기술·품질에 진심”
이너시아, 유기농 순면생리대로 급성장
굴다리식품, 4대째 전통방식 젓갈 생산
이지태스크, 단순업무 해결플랫폼 운영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100만 폐업시대다. 불황 속에서도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오히려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고삼숙 굴다리영어조합법인 대표도 위기 앞에서 굴하지 않는 기업인들이다. 이들 3명 여성기업인을 지난달 27일 충남 소노벨 천안에서 만났다.
이너시아는 4명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여성과학자가 뭉쳐 2021년 설립했다. 팸테크시장에서 주목받는 3년차 스타트업이다. 팸테크(Femtech)란 여성(female)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여성건강에 특화된 기술과 상품, 서비스를 일컫는다.

주력 제품은 유기농 순면생리대다. 생리대는 합성부직포 없이 피부에 닿는 표면부터 가장 안쪽 흡수 시트까지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었다. 흡수소재는 미세플라스틱 흡수체를 대체하는 천연흡수소재 ‘라보셀’(LABOCELL)을 활용했다. 라보셀은 식물소재에 빛 에너지를 더해 완성한 핵심기술로 혈액만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응고시켜 여성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너시아의 유기농 순면생리대 더프리즘은 1팩 가격이 9800원으로 다른 여성용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다. 가격이 높지만 여성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설립 3년째인 올해 100억원 매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출시한 이노시톨 영양제도 판매가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마존 등 해외마켓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내년부터는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친구들과 세상의 어떤 문제를 풀 수 있을 지 고민하다 여성이 세상의 절반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여성들이 불편한 점을 분석해 선택한 게 생리대였다”고 설명했다.
2021년 설립된 이지태스크는 긱워커 기반 매칭서비스플랫폼을 운영한다. 긱워커는 일시적 일이란 의미의 긱(Gig)과 노동자(Worker)의 합성어다. 전통적인 고용형태가 아닌 필요한 업무를 단시간 대행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다양한 조사, 서류작성 등 기업·연구현장에서 꼭 필요하지만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를 단기간에 해결하도록 돕는다.
2021년 6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단순업무를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기존 프리랜서플랫폼은 직접 자신이 보유한 능력을 기재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했다. 반면 이지태스크는 사전에 본인이 보유한 능력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단기 일자리가 배정된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약 200만건 이상의 누적 업무연결이 이뤄졌다. 업무를 제공할 기업과 단체는 1000곳 이상, 긱워커는 4만명 이상을 보유했다. 올 연매출은 12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화플랫폼에 대한 신뢰와 5일 내 정산되는 시스템 안정성이 입소문이 난 덕이다.
올해 매출 12억원 중 해외 매출이 3000만~4000만원 정도다. 내년 매출은 6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이중 해외에서도 10억원 정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대표는 “지금까지는 간단한 사무보조 영역 플랫폼이 없었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수요가 생긴 분야“라고 설명했다.
굴다리영어조합법인은 ‘굴다리식품’으로 유명하다.

굴다리식품은 85년간 젓갈을 제조해온 전통 젓갈 전문업체다. 고삼숙 대표의 남편인 김정배 명인은 국내 9명뿐인 대한민국 수산식품 명인 중 한명이다. 현재 4대가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젓갈은 국내산 천일염만 사용해 저염 숙성 젓갈을 생산한다. 색소와 보존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땅 속에 3단계 토굴을 뚫어 저장실로 만들었다. 전통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11~13℃의 최적 온도로 숙성한 명품 새우젓을 맛볼 수 있다.
양념젖갈 제품은 설탕 대신 쌀조청을 사용해 고급스런 단맛을 추가했다. 국내산 양파즙, 표고버섯농축액, 가쓰오 추출물을 첨가해 바다의 향미와 감칠맛을 유지하고 있다.
아산만방조제가 생기면서 많은 젓갈집들이 문을 닫았지만 굴다리식품은 오히려 전통을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
고삼숙 대표는 “가게는 외조부때부터 장항선 철길이 지나는 굴다리 아래 42년째 자리잡고 있어 상표를 ‘굴다리식품’으로 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굴다리식품은 중기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천안 =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