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 “윤은 레임덕 아닌 데드덕”

2024-12-13 13:00:02 게재

외신들 “12.12쿠데타 45년된 날 계엄 옹호” … “2차 탄핵안 통과 가능성 높아져”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 아니라 통치 행위라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12일 대국민 담화에 해외 언론들은 속보로 이를 전하며 경악하는 분위기였다.

여러 매체들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이 발언을 제목으로 내세웠고, 오는 14일 국회의 탄핵 표결 결과에 주목하면서 탄핵을 지지하는 대중의 목소리를 격화시킬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불과 지난주에 했던 사과를 뒤집고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했다는 비판과 함께 “오히려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거나 사설을 통해 “탄핵안이 가결돼야 한다”고 지적한 매체도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레임덕’(lame duck)이 아니라 ‘데드덕’(dead duck·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공백 현상을 지칭)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한국의 계엄령 참사에 대한 견해: 민주주의의 등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의 여당이 살아남으려면 탄핵안을 가결시켜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지난주 한국 대통령의 기괴하고 끔찍한 단기간 계엄 선포 시도가 여전히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는 빈곤과 황폐함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과 투자, 기술 흐름의 중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드문 민주주의 성공 사례가 된 나라를 더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주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번 2차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윤 대통령에 대해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이며 “필요한 것은 ‘퇴진 로드맵’이 아니라 즉각적인 선거”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의 담화는 지난 7일 국회의 탄핵안 표결 전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쳤다’며 사과했던 담화와 극명하게 대조적”이라며 “이날 담화는 전두환이 쿠데타(12.12 군사반란)를 일으킨 지 45년째 되는 날에 발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 자신의 의제를 방해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고, 계엄 해제 표결을 막을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최근 군 장교들의 증언과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AP통신은 “임기 관련 문제도 당에 일임하겠다던 모습과는 180도 돌변했다”면서 담화 직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극단적 망상”이자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AP는 특히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참패한 4월 총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만 믿고 선관위의 컴퓨터 서버를 압수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AFP통신 역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을 배치한다는 충격적인 결정을 옹호했다”면서 “12월 3~4일 일어난 극적 사건으로 인해 서울의 동맹국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고 보도했다.

CNN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초 탄핵 지지 대신 윤 대통령이 사임을 희망했지만 그가 거부하면서 당내 기류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을 전하면서 “국민의힘의 (기류)선회는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을 극적으로 가중시킨다”며 “차후 탄핵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담화를 포함해 윤 대통령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번 사태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어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강원택 서울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표결을 보이콧하며 윤 대통령은 간신히 첫 탄핵 시도를 모면했다”라며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의원들이 이후 표결에서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다”고 전했다.

NHK방송과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도 윤 대통령 담화를 속보로 전하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정당화’라는 표현은 자기 잘못이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언행을 부정적으로 보고 쓰는 표현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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