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2기 임기 100일내 승부수
공화, 국경·감세 단일 법안 처리 가닥 … 트럼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세금 감면과 불법 입국 차단을 하나의 ‘메가(mega) 법안’으로 만들어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공화당 내부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와 감세 확대·연장을 단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컸지만 의회 상황이나 내년 11월 중간선거 일정을 고려해 정권 출범 초기에 ‘원샷’으로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4일 동료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의회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메가 법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 개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선호할 것이며 거기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면서 “왜냐하면 거기에는 요소가 너무 많고, 그것을 협상하고 바로잡을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메가 법안’에 대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에 필요한 예산을 비롯한 국경 안보 사항 △올해 만료되는 트럼프 감세 연장 문제 △부채한도 인상 내지 폐지 △연방정부 규제 축소 △딥스테이트(연방 정부 내 기득권 공무원 집단) 해체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이 4월 말이나 늦어도 5월까지는 의회에서 확실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존슨 의장은 “아무도 이와 같은 대규모 법안의 모든 요소를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사람을 모으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하나의 법안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부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선호가 모두 반영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로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중 불법 입국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 문제를 먼저 다루고, 세금 감면 연장을 별도 법안으로 이후에 처리하고자 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은 남부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국경·이민 당국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 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복잡한 세금 문제를 함께 다루면서 시간을 끌지 말고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국경 문제를 먼저 처리해 트럼프 임기 초반에 확실한 성과를 내자는 논리였다. 공화당은 트럼프 1기인 2017년에 세금을 일시적으로 감면했는데 연장하지 못하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상원 예산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질적인 내용을 하나의 법안에 담기보다는 국경 안보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 등은 감세를 별도 법안으로 다루면 나중에 아예 통과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되레 임기 초반에 하나로 묶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근소한 의석차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당내 분열이 생길 경우 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으니 정치 동력이 충분한 초반에 세금 감면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CNN은 트럼프 팀이 최근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와 하원의장 선출 투표를 보면서 공화당이 두 개의 법안을 다룰 여유가 매우 작다고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경과 세금 감면을 하나로 묶든, 별도로 처리하든 공화당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도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절차를 적용하면 상원에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활용할 수 없어 공화당의 과반 의석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와 의회 내 공화당 동맹은 최근 야심찬 정책의 일부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면서 “광범위한 세금 감면, 국경 안보, 부채 한도 인상 등이 그 내용이며, 그들은 대통령 당선자의 임기 시작 후 100일 안에 이를 완수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의장도 예산조정 절차 적용 방침을 확인하면서 “이렇게 하면 민주당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이며, 하원은 트럼프 정부 합류를 앞둔 의원 두 명이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를 때까지 당분간 공화 217석, 민주당 215석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두 매체 모두 단일법안에 대한 반작용도 언급했다.
WSJ은 “공화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분주한 임기 첫해의 분위기와 일정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단일 법안 접근은 공화당 내 이질적인 파벌들을 통합하려는 시도라 대부분을 만족시키는 정책 균형을 찾으려면 수개월의 섬세한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CNN도 “거대한 법안은 협상에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되며 공화당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