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 길어지나 … 환율 후폭풍, 물가 들썩 ①

기름값 12주 연속 올라…물가상승→소비위축 악순환 우려

2025-01-07 13:00:46 게재

작년 물가안정세 떠받쳐온 ‘석유류 가격’ 들먹

국제유가·환율 동반 상승 … 당분간 더 오른다

중소기업도 이익 줄고 물류비 부담 커져 ‘한숨’

내란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민들이 감내해야 할 경제 후폭풍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설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들먹이고 있다. 강달러 기류에 내란사태까지 발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돈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어서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름값이 문제다. 최근 1년간 국제유가는 안정세였다. 작년 하반기까지 국내 물가안정을 떠받쳐온 핵심요인도 ‘석유류 가격 안정’이었다. 하지만 환율 급등에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 흐름과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내란사태 장기화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당국도 뾰족한 수가 없다. 환율 급등에 연동해 수입가격이 오르는데 큰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유류세 인하폭을 다시 키우기도 만만찮다. 부자감세 정책으로 3년째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처지여서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이 12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첫째 주(12월29일~1월2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당 8.8원 상승한 1671.0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기름값 3개월 연속 상승 =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12주 연속 상승세다. 당분간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없다.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L)당 1671.0원이다. 전주 대비 8.8원 상승했다. 지역별로 서울이 1729.6원으로 가장 비쌌다. 경유 판매가격도 1516.3원으로 9.0원 올랐다. 12주 연속 상승세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까지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데 최근까지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2.3 비상계엄 발령 이후 급등하고 있는 환율도 당분간 내려오지 않을 기세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 오히려 정치 불확실성은 다시 커지는 형국이다.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기름값 상승세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달 하순부터 환율과 국제유가가 동반상승했는데 이 효과가 이달 중하순쯤 본격 반영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다음 주보다 그다음 주에 더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12.3 비상계엄 발령 이후 환율이 본격적으로 폭등하기 시작했고 국제유가도 그즈음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어서다.

◆중소기업도 더 어렵다 = 기름값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서민가계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특히 경영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엔 직격탄이다. 실제 원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떨어지고 유가까지 오르면서 중소기업들은 생산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플라스틱 공장 등 유가 급등으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제조 기업 외에도 수출 기업들은 물류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한 채산성 하락을 우려한다. 그렇다고 당장 소비자가격을 올리기도 힘들다. 플라스틱 사출품을 제조하는 ㄱ사는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석유류를 원자재로 쓰지 않더라도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물류비 상승을 우려한다. 유류비 상승은 결국 물류비 부담가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정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물류비는 282조393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3.6%를 차지한다. GDP의 13%에 달하는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가상승이 결국 전기료와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물가당국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유류세 정책은 이미 인하폭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3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가 예고된 상태여서 재정실탄도 넉넉하지 않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이 주중 설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물가형편과 설 명절 등을 고려해 성수품 공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리고, 할인지원액도 최대 수준으로 편성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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