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환익 국민대 특임교수(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전기 산업화’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해야”
발전 수송 소비 전방위 진행
한전, 민간자본에 개방 필요
“세계 전기산업은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올라타야 한다. ‘전기의 산업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조환익(사진) 국민대 특임교수의 말이다.

7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유니슨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조 교수는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또 전력 인프라의 노후화 및 디지털화로 교체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전력 초호황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나라 3대 전력기기 기업인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은 수주잔고만 16조원이 넘는다”며 “미국이 전력기기산업 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안보 필요성이 커진 유럽시장도 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세계적으로 전기산업(생산 수송 수요관리) 규모는 30조달러”라며 “전기차 이차전지 등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100조달러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100조달러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4경7200조원에 이른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은 섬유·신발에서 기계·전자로, 이어 반도체·바이오로 이어왔던 차세대 먹거리가 현재 마땅치 않다”며 “전기의 산업화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국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중간재를 수출하며 살았는데, 이제 중국의 역습이 본격화됐다”며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소부장 육성은 물론 지능화 탈탄소화 분산형시스템 구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게 ‘전기의 산업화’”라며 “지금 골든타임을 놓치면 산업화 기회를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전기의 산업화는 발전뿐 아니라 수송, 소비부문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가상발전소(VPP), 전기차 쌍방송전(V2G),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구체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력망 부족과 관련해 “별도로 송전망 건설을 하지 않고, 신기술만으로 선로용량을 증대하는 ‘실시간 동적 허용용량’(DLR) 기술도 개발 중”이라며 “이런 게 바로 ‘전력 뉴딜(New Deal)’”이라고 말했다.
DLR 기술은 시시각각 선로의 허용온도를 추정해 전류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조건변화에 따라 허용전류가 바뀌는 선로의 성질을 파악해 전통 허용치보다 더 많은 용량을 송전할 수 있다.
조 교수는 한전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도 주장했다.
우선 기존 전력망에 새로운 민간 플레이어가 들어올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지금 당장 한전을 민영화하자는 게 아니라 민간자본이 전기를 사고파는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실수요자가 한전의 주주가 돼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등에 입장을 적극 개진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조 교수는 “예를 들어 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는 준공시 1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공급이 필요하다”며 “1단계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설해 3GW의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고, 2단계로 호남지역에서 장거리 송전선로를 건설해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전력공급 여부와 요금체계가 사업성패를 좌우할 핵심요소”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한전의 사업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이탈리아 전력회사 에넬(ENEL)은 한때 한전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지배·사업구조를 바꾼 이후 시가총액이 한전의 8배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과감한 인수합병과 신산업 진출, 전력수요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명실상부 글로벌 전력회사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조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후 무역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 한국전력 사장을 두루 역임하는 등 에너지와 산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리더로 통한다. 현재 해상풍력 전문기업인 유니슨 회장과 국민대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