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살해’ 무기수 김신혜, 24년 만에 ‘무죄’

2025-01-07 13:00:38 게재

법원 “자백,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신혜씨가 재심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는 6일 전남 장흥군의 장흥교도소에서 24년 만에 출소했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형사합의부(박현수 지원장)는 이날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조서를 부인하는 만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기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또 “사건 초기 피고인의 범행 인정 진술은 경찰의 강압적 수사, 동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김씨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노트 등 압수물이 영장없이 압수되는 등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부검 당시 피해자의 위장 내에는 가루든 알약이든 많은 약을 복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살해 동기로 지목된 피해자의 성추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행 직전 김씨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는데 시체 유기가 가능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범행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며 “범행 직전 행적은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아버지 A씨에게 수면제를 탄 양주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김씨는 이 사건이 재조명되자 재심을 신청, 2015년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번 재판은 김씨에게 최초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에 대한 재심이다.

이날 교도소 밖으로 나온 김씨는 “아버지를 끝까지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면서 “사법체계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정치·사회 제도가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재심 변호를 맡아 무죄를 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홀로 교도소에서 보낸 김씨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24년간 무죄를 주장해 온 당사자의 진실의 힘이 무죄의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 늦었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본인의 삶과 행복을 위해 하나씩 인생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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