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푸는 여권주자들…당심이냐 민심이냐 엇갈린 ‘표심 전략’

2025-01-08 13:00:02 게재

홍준표, 탄핵·내란죄 반대 … 2022년 당심서 열세 의식

오세훈, 탄핵 찬성 뒤 대야 공격수 자처 … 당심 달래기

안철수·유승민, 여론 겨냥한 ‘소신 행보’ … 확장성 보탬

여권에서는 아직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는 걸 피한다. 조기 대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이 인용될 경우 불과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여권 차기주자들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주자들은 조심스럽게 대선을 염두에 둔 몸 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주자들 사이에서는 표심 전략을 놓고 ‘미묘한 차이’도 엿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가 가장 도드라진다. 홍 시장은 지난달 26일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간다”고 확인했다. 홍 시장은 12.3 계엄 직후부터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면서 탄핵을 찬성한 한동훈 당시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내란죄 적용에도 반대했다. 홍 시장은 7일 SNS를 통해 “느닷없이 이재명은 내란죄 프레임을 철회하고 다시 탄핵소추서를 정리하겠다고 하고 위법한 체포영장 발부로 판사와 공수처장이 짜고 윤통(윤 대통령) 불법체포를 시도하고 있다. 나라가 온통 무법천지가 됐다”며 야당과 사법부, 공수처를 싸잡아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한대사 초청 신년 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시장의 메시지는 당심(당원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당원 50%+국민 50%로 치러진다. 2022년 대선 경선에서 홍 시장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에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밀리면서 패했다. 이번에는 당심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안철수 의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2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정치 메시지’를 자주 내놓으면서 몸 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오 시장은 탄핵 가결 이후에는 야권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오 시장은 7일 SNS를 통해 “민주당이 ‘내란죄 제외’라는 흑수(黑手)를 둔 이유는 하나다.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의 대선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계엄·찬 탄핵’으로 당심 눈치가 보였을 법한 오 시장이 대야 공격수를 자처하면서 당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5월 인천대에서 ‘청년의 미래와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본인의 강점으로 꼽히는 확장성을 의식한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탄핵 찬성파인 안 의원은 국민의힘이 ‘계엄 옹호당’이 될 것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안 의원은 6일 “계엄 옹호당, 친윤당으로 각인될수록 이재명의 집권을 막아낼 수 없으며, 우리 당의 집권은 불가능해지고, 당의 존립조차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에 분노한 다수 여론을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

역시 탄핵 찬성파인 유 전 의원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여러 가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엄호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 국민들만 보고 정치를 하면 앞으로 아마 대선, 총선, 지방선거 판판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계엄에 분노한 다수 국민 대신 강성보수층만 바라봐선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의 ‘소신 발언’은 대선 본선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탄핵 가결 이후 사퇴한 한동훈 전 대표는 사퇴 당일 지지자들에게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뒤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 메시지’도 중단한 상태다.

다만 친한 인사들과는 소통하면서 향후 행보를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계엄·찬 탄핵’을 주도했던 만큼 탄핵이 인용될 경우 ‘한동훈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엿보인다.

한편 한국갤럽 차기주자 조사(지난해 12월 17~19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여권 기준으로는 한동훈 5%, 홍준표 5%, 오세훈 2%, 김문수 2%, 유승민 2%, 안철수 1%로 나타났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한 전 대표 지지율이 급락하는 바람에 ‘도토리 키 재기’ 형국이 된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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