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엔 가고, 국회는 거부?”… 민주, 최 대행에 부글부글
체포영장 집행 지원 거부, 9일 국회 현안질의 불참 통보에
“불법적 저항 은근슬쩍 지원 … 할 일 않고 핑계만” 격앙
추경 편성 등 정책변경 반대 … “기대치 낮춰야” 주장도
“이정도면 사실상 적극적 저항 아닌가. 협조를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균형도 유지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감을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최 대행의 잇단 결정을 두고 ‘비협조’ 수준이 아니라 내란사태 조기 해소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다.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에 대한 선별적 임명권 행사부터 불거진 불만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을 거치면서 ‘같이 가기 어렵다’는 확신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최고위에서 최상목 대행을 겨냥해 “국가 법 질서 유지가 제1의 책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법 집행에 대해 ‘나는 모르겠다’ 또는 불법적 저항을 은근슬쩍 지원, 지지하는 행위는 경제와 민생을 망치는 행위”라며 “경제와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예측 가능성과 사회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는 최 대행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최 대행이 “할 일은 하지 않고 핑계만 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 현안질문 운영과 관련해 “내란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 질문할 의무가 있는데, 가장 큰 책무가 있는 최상목 부총리가 불참한다고 한다”면서 “권한대행 업무 핑계를 대고 있지만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상설특검 추천의뢰는 안 하면서 구차한 변명”이라고 질타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바쁘다는 핑계를 댄 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고위당정협의회에는 보란 듯이 참석했다”며 “국민을 대표해 국회가 최 권한대행에 질의할 게 많다. 반드시 현안 질의에 참석하라”고 했다.
민주당 안에선 최 대행이 ‘최소한의 협조’에 대한 기대치를 벗어나고 잇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이후 최대 쟁점이던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기류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최 대행의 비협조를 ‘직무유기’로 규정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금 내란사태 조기 진압이 경제안정·민생 회복의 출발이라는 점을 모를리 없다”면서 “해야 할 일을 거부하면서 위기상황을 방치하면서 대행 놀이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렇다고 최 대행 체제에 대한 탄핵 카드에는 선을 긋고 있다. 잇단 대행체제의 교체가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도 최 대행 탄핵과 관련해 ‘신중론’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의 최 대행의 비협조가 장기화되자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이나 대법관 임명, 상설특검 추천위 구성 요청 등과 관련해선 최 대행의 추가적 조치 보다는 오히려 헌법재판소를 통한 외부 압력으로 추진해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관건은 탄핵정국 대응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추경편성 등 정책기조 변경에도 최 대행이 민주당과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내수 활성화 등을 위해 조기 추경편성을 강조해 왔다. 8일 민생경제회복단 회의에서는 내수 활성화 효과를 내기 위해 최소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생경제회복단 단장을 맡은 허 영 의원은 “20조원을 기본 출발선으로 단계별로 충분히 추경을 편성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상반기 예산 67%를 조기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이겨 내고 민생경제를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소비 진작에 필요한 지역화폐를 필두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간산업 육성, 청년 일자리를 두텁게 늘려 나가는 것, 지역 균형발전 등 추경이 필요한 영역은 넓고 깊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안도걸 의원은 “추경 재원은 100% 국채로 하는 건 아니고 가용자금을 제일 먼저 고려한다”면서 “67개의 국가 운용 기금 중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동원하고 추가적으로 세수를 조정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잘못된 추경은 자칫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해야 할 일은 추경 편성이 아니라 정부의 2025년 경제정책 방향이 조속히 추진되고 예산 조기 집행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동의가 필요한 대목이지만 최 대행의 입장도 여당의 ‘예산 선집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9일 추경과 관련해서는 “경제정책 방향 설명할 때 했던 것에서 (최 대행의 입장이) 특별히 바뀐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