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3 인하’로 경기 하방압력 막을까
다음주 새해 첫 금통위서 추가 인하 주목
연내 최소 2~3차례 낮춰 2% 초반대 유지
한국은행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주목된다. 물가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빠르게 식고 있는 경기를 떠받치려면 과감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지만 국내외 정치·경제적 여건은 만만치 않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안정 지속과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되도록 하고,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하면서 추가적인 인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통화정책방향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기준금리 3회 연속, 3회 인하’ 여부다. 한은이 이달 16일 예정된 첫 금통위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2009년 이후 첫 세차례 연속 인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어 연속 세차례에 걸쳐 0.75%p 인하하는 것으로 완화 ‘속도’를 빨리 가져가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도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몇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최소 두차례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사는 최소 2회에서 3회 정도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은이 올해 2~3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바클리는 지난해 말 “한은이 내년 2월 금리인하를 포함해 총 0.75%p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계엄사태로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면서 시점을 앞당기거나 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만약 한은이 속도와 폭을 최대한 완화적으로 가져간다면 다음주 추가인하에 이어 2분기(4, 5월)와 3분기(7, 8월) 각각 한차례씩 내리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예상대로 통화정책이 가동된다면 올 여름 기준금리는 연 2.25% 수준까지 내려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립금리를 2% 전후로 본다면 현재 통화정책은 여전히 긴축적인 편”이라며 “정부와 한은이 올해 거시경제 전망을 ‘상저하고’로 예상한다면 엑셀을 최대로 밟아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변수도 여전하다. 미국발 물가 동향과 연준(Fed)의 통화정책방향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등장이후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높은 관세장벽에 따른 수입물가의 상승과 미국 경기의 호조로 수요측면에서 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연준(Fed)도 8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이 이전의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추가 금리인하를 신중하게 접급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두 차례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지금의 연 4.25~4.50%로 동결하고, 빨라야 5월에나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지난해 말 폭등한 원달러 환율이 국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소비자물가로 파급될 가능성도 나온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름세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추가인하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통화정책 운용에서 정책 변수간 상충관계를 가장 큰 변수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정책목표간 상충관계가 왜 갈수록 심화돼 통화정책의 손발을 묶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기 여럽다”고도 말해 정책수단의 한계가 있음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