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 지속으로 고환율 계속 돼

2025-01-09 13:00:03 게재

50대기업 올 사업계획 1300원대 예상 62.9%

원자재 조달, 해외투자 비용·수입환차손 증가

내란사태로 촉발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원자재 조달 및 해외투자 비용 증가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실제 2025년 사업계획 수립시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11.1%)에 불과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계 신년인사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 환율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2025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적용한 환율이 1350~1400원 범위가 33.3%로 가장 많았다. 1300~1350원 범위가 29.6%로 두번째로 많았다.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1300원대 환율을 적용한 셈이다. 1400~1450원 범위 환율을 적용한 기업은 18.5%였으며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11.1%)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사업계획 수립시 적용한 환율과 실제 환율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사업계획과 환율기준을 수정해 환율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내란사태로 1430원대까지 오른 뒤, 18일 미연준이 2025년 금리인하 횟수를 조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며 1450원을 돌파했다. 이후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표결 직후 1470원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1450원대 환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환율상승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 증가’(3.70점)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어 ‘해외투자 비용증가’(3.30점) ‘수입결제시 환차손 발생’(3.15점) ‘외화차입금 상환부담 증가’(2.93점) 순으로 나왔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전통적으로 환율상승은 수출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수출 주도형인 우리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환헷지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히 우리 대기업들은 가격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고품질 원자재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현재 환율불안을 더 키울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국내 정치적 불안정 지속’(85.2%)과 ‘트럼프 정부 무역정책 본격개시’(74.1%)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서 ‘미국 금리인하 지연 및 축소’(44.4%) ‘국내 외환관리 불균형’(22.2%) ‘한국 국가신용평가 하락'(22.2%) '미국경제 강세 지속으로 인한 달러가치 상승 확대'(18.5%) '북한 등 지정학위험'(3.7%)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기업들은 불안정한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0%)와 '긴급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시행'(63.0%)을 가장 많이 꼽아 기업의 안정성 확보와 긴급대책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강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충격이 컸으나 여진은 비교적 짧았다” 면서 “반면 지금 환율 불안은 경기침체가 누적되어 온 과정에서 국내·외 위험요인이 겹친 상황이라 그 여파와 불확실성이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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