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 사망자 6명·18만명 대피령

2025-01-10 13:00:07 게재

불길 안잡혀 인명피해 더 늘어날 듯 … 구조와 지원 속 일부 약탈도

칼리드 푸아드(왼쪽)와 미미 레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에서 9일 이튼 산불로 소실된 가족의 재산을 조사하며 포옹하고 있다. 이튼 화재는 1만에이커가 넘는 화재로 많은 주택과 사업체를 파괴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9일(현지시간)로 사흘째 이어지며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강풍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화재 진압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고 약탈 혐의로 20명이 체포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CNN, ABC 등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은 현재까지 약 1만7000에이커(68.8㎢)를 태웠으며, 진화율은 0%다.

드론 영상에 따르면 주택과 차량이 잿더미로 변한 모습이 확인되었고, 공중에는 짙은 연기가 퍼져 있는 등 LA 역사상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말리부에서도 팰리세이즈 산불로 인한 첫 사망자가 보고되면서 총 사망자 수는 6명으로 증가했다. 말리부 시장 더그 스튜어트는 “이번 비극은 우리 지역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사망자의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은 약 1만600에이커(42.9㎢)를 태웠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5명은 모두 이 화재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A 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는 “일부 지역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초토화됐다”며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망자가 확인된 알타데나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라크레센타·라카냐다-플린트리지·패서디나와 인접한 지역이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한인의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LA총영사관(김영완 총영사)은 밝혔다.

주LA총영사관은 현장지휘본부를 설치·가동하고, 우리 국민 대상 안전공지 및 피해 여부 확인 등을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9일 외교부는 공관과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며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지속 파악하는 등 우리 국민에 대한 안전 조치를 계속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 강조했다.

산불로 인한 혼란 속에서 약탈도 발생했다. LA 카운티 감독관 캐서린 바거는 “약탈 혐의로 20명이 체포됐다”며 이를 “기회주의적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그녀는 “이미 충격적인 상황에서 이런 행동이 벌어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 정부와 지역사회는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정부가 산불 복구 비용의 100%를 부담하며, 400명의 소방관, 30대의 소방 항공기, 국방부 소속 C-130 비행기 8대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협력해 공공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LA 보안관 로버트 루나는 팰리세이즈 산불과 이튼 산불에 대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의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주정부는 소방 자원과 인력을 추가 배치 중이다.

그러나 빠른 화재 진화를 가로막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소화전 일부에서 물이 고갈된 원인으로 전력 차단이 지목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력회사들이 화재 방지를 위해 전기를 끊으면서 소화전 펌프 작동에 차질이 생겼다”며, 현재 발전기를 이용해 물을 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상여건도 매우 나쁜 상황이다. 기상청은 금요일까지 시속 70마일(112㎞)의 강풍과 낮은 습도(5% 이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하며, 화재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말에는 또 다른 강풍이 예상돼 피해지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재앙 속에서 지역사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는 복구 활동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LA의 레스토랑과 호텔들도 대피민과 소방관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며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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