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원에 스타트업, 세계무대 도전장

2025-01-10 13:00:28 게재

독립관 운영 나서며 지원 강화

참가 432곳, 혁신상 수상 76곳

“정말 내 탈모 진행상황을 바로 알 수 있는 거냐?”

9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2025 CES 서울통합관을 찾은 40대의 외국인 남성이 자리에 앉아 상자처럼 생긴 기계 안에 머리를 넣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 아프스가 만든 탈모진단 3D 기계다. 앉아 있는 동안 빛이 변하며 머리를 스캔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1분 정도 지나자 약 600장의 사진이 컴퓨터로 전송됐다.

부산시는 CES에서 처음으로 독립관 운영에 나서며 역대 최대 참가와 혁신상 수상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미국 라스스베이거스=곽재우 기자

어느새 3~4명의 외국인이 서로 모발체크를 해보기 위해 줄을 선다.

김태희 아프스 대표는 “4년 정도 개발에 나서 지난해부터 계속 업그레이드 해 왔다”며 “국내외에서 벌써부터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통합서울관 내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다. 서울 금천구가 항공료와 부스 등을 지원하며 참여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9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서울통합관을 찾은 40대 외국인 남성이 자리에 앉아 상자처럼 생긴 기계 안에 머리를 넣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곽재우 기자

서울시는 올해 CES에 가장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했다. 풍부한 스타트업 환경을 토대로 산하 공공기관과 컨설팅 지원에 나서 올해 104개사가 CES에 참여했다. 이 중 21개사가 혁신상을 수상했다.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CES의 변화는 지자체들의 단독관 운영이 두드러지면서 역대 최대 규모 스타트업 기업이 참가했다. 17개 광역지자체가 지원해 참가한 기업은 432곳에 달한다. 단순히 규모만 늘어난 것만 아니다. CES가 주는 혁신상 수상기업도 76곳이나 된다.

이 중 부산시는 지난해에 비해 가장 크게 변화된 지자체로 손꼽힌다. 지난해 12개 스타트업 기업이 참가했던 부산은 올해 23곳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1곳 뿐이던 혁신상 수상기업은 올해 6개사 7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단독관 운영을 하겠다고 결심한 올해 초부터 지원 전략을 바꾼 데서 출발한다. 그동안 부산 기업들은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서로 다른 전시관을 이용해야 했다. 그간 셋방살이를 해왔다면 이번에는 말 그대로 자가 주택을 구입한 셈이다.

부산경제진흥원과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은 연초부터 해외 비즈니스 컨설팅, 홍보 지원, 전문가 가이드 투어 지원, 부스운영 및 실무준비, 기업활동 등을 분담했다. 혁신상을 받기 위해 CES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을 위해 세계적 기업과도 협력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맞춤형 신청서는 물론 3분짜리 영상도 만들어 기업소개를 위해 노력하니 혁신상을 수상하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기업들에게 컨설팅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만든 독립관에는 연일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BTS 슈가가 애용하는 기타로 알려진 접이식 기타, 블룸즈베리랩의 입체음향 스피커 스크린 등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샤픈고트의 다중이용시설용 재난안전 시스템은 미국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선박 데이터 수집서비스를 제공하는 랩오투원은 글로벌 기업인 ABB 등과 부산관 현장에서 판매계약도 맺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들 기업들을 초대해 네트워킹 데이를 주최하는 등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박 시장은 “지자체 지원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전도 독립관을 운영하는 지자체다. 대전관에는 23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이 중 5개 기업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대전관의 특성은 공간 내에 프라이빗 미팅룸을 별도로 만든 게 특징이다. CES 특성 자체가 공개된 공간이다 보니 가격 상담 등 내밀한 미팅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프라이빗 미팅룸을 설치하며 성과도 좋아졌다. 이날까지 업무협약 및 투자협약 등 MOU를 체결한 것이 10건이나 된다.

대전관 관계자는 “지난해 참가한 기업들이 이런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올해부터 새로 운영하게 됐다”며 “즉석에서 협상하니 MOU 결과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기업들 역시 지난해 20개사에서 올해 38개사로 늘었다. 혁신상 수상 기업도 지난해 6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광주시는 당초 강기정 시장 등이 포함된 대표단을 꾸려 직접 참가를 계획했으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을 위해 일정을 취소했다.

강원도 경북 울산 충북 전북 등도 단독관을 운영한다. 경남과 제주 등은 코트라가 운영하는 통합한국관에서 부스를 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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