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윤곽 나와…업계 기대·우려

2025-01-10 13:00:33 게재

“보험료 획기적으로 낮아질듯”

“신규 가입외 갈아타기 없을것”

정부가 종전보다 보장한도를 줄이고 보험료를 낮춘 5세대 실손의료보험 큰틀을 제시했다. 그동안 실손보험이 외면했던 임신·출산 의료비도 5세대부터 보장된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규 가입자 증가와 손해율 감소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부정적 예측도 있다.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금융위원회는 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내놨다.

▶관련기사 17면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 상위 9%가 전체 실손보험금 80%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된 경증 의료비나 미용 시술, 성형 의료비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보험료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금융위는 “실손보험으로 인한 의료 남용과 시장 교란의 방지, 필수의료 기피 해소 등 의료 체계 정상화에 기여하면서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을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보험료 인하효과는 최대 50% 내외로 국민 보험료 부담을 대폭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5세대 실손보험 본계약에서는 경증 치료에 들어가는 비급여 의료비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병 치료 등에 들어가는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서는 보장한다.

특약을 통한 자기부담률은 90%선이 될 전망이다. 5세대 실손보험의 연간보장한도는 1000만원으로 논의 중이다. 4세대 연간보장한도 5000만원의 20% 수준이다. 통원 일당과 입원비용 역시 각각 20만원과 300만원의 한도를 걸 예정이다. 입원시 본인부담률은 30%에서 50%로 늘어난다. 비급여 부분은 특약을 통해 해결한다. 다만 보장한도는1~4세대 때보다 축소한다.

5세대 실손보험은 일반질환자와 중증질환자를 구분해 급여 자기부담률을 차등화 한다. 여기서 중증질환자란 △암 △뇌혈관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중증화상 △중증외상 등 국민건강보험법을 따른다.

특약 역시 중증과 비중증(경증)으로 나뉜다. 현재 논의된 바로는 ‘중증 질병·상해 비급여’ 특약과 ‘비중증 질병·상해 비급여’ 특약으로 나뉜다.

중증 특약의 경우 실손보험이 사회안전망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현재 한도와 자기부담 등은 유지한다. 하지만 비중증 특약의 경우 보장한도는 현재보다 크게 낮추고, 자기부담률은 대폭 늘어난다. 현재로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내년 6월에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의 급여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에 연동하는 방안이 나왔다. 그동안 실손보험의 급여 자기부담률은 약 20% 수준이었다. 다만 경증환자가 대학병원 등 상급의료기관에서 진료 등을 받으면 본인부담률이 20%를 넘어선다. 실손보험 부담률도 건강보험과 연계해 늘어나게 된다. 의료비 부담이 높은 중증질환자나 희귀질환자에 대한 보장은 유지된다.

예를 들어 비급여 진료비 10만원짜리 도수치료 받은 환자에 대해 자기부담률 90%가 적용돼 환자 스스로 9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나머지 1만원만 건강보험공단 몫이다.

이 환자가 5세대 실손보험 비중증 특약에 가입했다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10%)과 실손 본인부담률을 연계할 수 있다. 즉 환자 부담 9만원 중 10%인 9000원은 실손보험으로 대응하고, 나머지 8만1000원만 환자 몫이다.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백내장과 비급여주사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기준을 만들어 1~5세대 모든 실손보험에 적용한다.

이날 금융위의 개편안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60%, 50만원 이하를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이런 경우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던 1~4세대 가입자가 갈아타거나 신규 가입자가 유입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이 없거나 건강한 젊은층으로서는 보험료 부담이 낮은 게 장점”이라며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유병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보장혜택이 줄어든 1·2세대에서 5세대로 갈아탈리 만무하다”며 “건강한 젊은층이 5세대 실손시장으로 옮겨가거나 신규가입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익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장한도가 확연히 줄기 때문에 중장년층과 노인 등은 5세대로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인구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2세대 초기 실손가입자는 1600만명(건)에 달한다. 이는 전체 실손보험의 44%에 달한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5세대로 넘어가는게 정부나 보험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힘든 난관이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설계사인 나도 현재 유지하고 있는 실손보험을 버리고, 5세대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신규 가입이나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타게 하려면 설계사들이 고객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실손보험은 수수료가 워낙에 낮아 설계사를 움직일 동력이 없다”면서 “더욱이 제판분리로 법인보험대리점(GA)가 활성화되면서 5세대 실손 영업 및 승환계약에 GA가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