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산불로 ‘기후위기’ 현실화, 보험사 초긴장
현지 보험사는 주택화재보험 시장서 철수 … 국내 보험사도 영향권
지난해 10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2024 아시아 보험정보 및 요율산출 포럼(IIRFA)에서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한국의 보험개발원을 비롯해 일본 손해보험요율산출기구, 중국 보험협회 등 아시아 8개국 보험 관련 기관 등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급격한 기후변화가 보험 및 금융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같은 달 국내에서 열린 보험연구원의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에서도 전문가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도 지난해 기후변화가 2050년까지 매년 전 세계 경제에 59조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악사(AXA) 그룹이 발간한 ‘2024 미래 위험 보고서’(2024 Future Risks Report)에도 10년간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위험요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혔다. 기후변화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면 2018년부터 6년간 1위를 유지했다.
보험업계가 급격한 기후변화, 즉 기후위기를 인류에 가장 위험한 요소로 꼽아왔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LA지역의 산불로 인해 현지 보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재민만 18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민간보험사들에 의한 피해보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LA서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은 160㎢를 태우고 번지는 중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1/4에 달하는 면적이다.
현재까지 불에 탄 건물만 1만채가 넘는다. JP모건체이스가 추산한 경제적 손실만 500억달러. 종전까지 미국의 역대 산불 중 최대 규모는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당시 피해액은 125억달러에 달했다.
예전 같으면 주택화재보험에 가입한 경우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지는데 이번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산불과 태풍 등 잦은 재해로 인해 주요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철수했거나 보장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민간보험사인 ‘스테이트 팜 제너럴’은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있는 주택 및 공동주택 7만2000채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요 화재로 인해 손해율이 치솟은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렸다. 급등한 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든 주택소유주들은 보험의 신규 계약 내지 갱신을 포기했다. 가입자 수가 줄면 보험사는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2년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영업을 하던 12개 주요 보험사 중 7개사가 새로운 보험상품을 내놓지 않거나 보장범위를 줄였다고 보도했다.
결국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나서 공제제도와 유사한 주정부의 화재보험 ‘페어 플랜“을 내놨다. 민간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싼데다가 보장범위도 좁다. 재보험 가입을 해놨지만 화재 피해가 너무나 커 보험금을 내어줄지도 미지수다.
화재로 인해 주택은 물론 차량과 상업시설 등의 피해보상도 만만치 않다. 특히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들 부담도 크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코리안리 등 국내 보험업체가 미국에서 영업중이다. 주텍보험과 자동차보험, 재물보험 등이 주 영업 대상이다. 구체적인 피해액이 집계돼지 않은 상태라 보험금을 얼마나 지급해야할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그동안 홍수, 풍수해 등 기후변화에 대비해 왔지만 LA 화재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그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최근 업계 안팎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기후 공시 제도 활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