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당분간 이어질 듯

2025-01-13 13:00:06 게재

금리인하 불구 주택거래시장 침체

당국 더 강한 대출규제 시행 영향

신한은행 등 가산금리 소폭 인하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조치가 한층 강화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41조4000억원으로 10월 말 대비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8월(9.2조원)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9월(5.6조원) 이후 석달 연속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하락하는 데는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 증가세가 약화되면서다. 한은에 따르면, 주담대 증가세는 지난해 8월(8.2조원) 이후 9월(6.1조원)부터 내리 석달 동안 둔화해 11월 말 기준 전달 대비 1조5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통계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5대 은행만 살펴보면 증가세 둔화는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1조6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는 1조4500억원 늘었다.

주담대 증가세 둔화는 주택시장 동향과 직결돼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주담대가 빠르게 늘었던 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거래 건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아파트거래 건수는 2013년 12월 9000건 규모에서 지난해 4월 1만7000건으로 늘었고, 7월에는 2만7000건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9월(1만2000건)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해 7월(9200건) 최고치를 보이고, 9월 이후 3000건대로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거래량도 2500건 수준에 머물렀고, 올해는 1월 현재 175건에 그쳤다. 매매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서울 강남지역 일부 아파트 매매가격도 내림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6일 기준 92.4로 전주(92.5) 대비 0.1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7.3에서 97.0으로 하락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이어지는 불확실성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며 “전방위 대출규제로 억눌렸던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움츠린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붙잡아 둘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기조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명목GDP 성장률 전망치가 3.6~4.0% 수준임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폭도 이 정도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올해 7월부터 스트레스DSR 3단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받을 때 일종의 가산금리 성격인 스트레스 금리가 1.5%p 적용된다. 대출을 받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대출총액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편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라 가산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한 가산금리를 0.3%p 인하했다. 신한은행이 주담대 가산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이다. 국내 5대 은행 가산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연말까지 주담대 고정금리 가산금리만 평균 1.55%p 올렸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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