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지명자 ‘북한 핵보유국’ 논란
헤그세스 발언에 미 의회 민주당·백악관 반발 … 대북 정책 전환 신호탄?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헤그세스 후보자는 북한의 탄두 소형화 및 이동식 발사 능력의 진전을 강조하며 강경한 대응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증대와 강화된 사이버 역량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나아가 세계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위협은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후보자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특히 미국 본토 방어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고 확장을 저지하는 노력과 더불어,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를 통해 북한의 위협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보유국’은 국제법적으로 핵무기 개발 및 보유 권리가 공인된 5개국(미·중·러·영·프)을 의미하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와는 달리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공인받지 못했으나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가진 나라’까지 포함하는 표현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등 국제 규범을 위반하며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따라서 이번 헤그세스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은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하며 기존의 비핵화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발언은 외교적 해법을 저해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헤그세스 발언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뿐만 아니라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명확히 인식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헤그세스 후보자의 입장을 지지했다.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상원의원은 “북한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으며, 국방력 강화를 통해 확실한 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헤그세스 후보자의 발언이 외교적 노력을 훼손하고 한반도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잭 리드(민주·로드아일랜드) 상원의원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하는 것은 외교적 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동맹국과의 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태미 더크워스(민주·일리노이) 상원의원도 “이러한 발언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북한의 도발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며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헤그세스 후보자의 발언이 북한의 도발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언론들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군사적 행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어찌됐든 헤그세스 후보자의 이번 발언은 닷새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북 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할지, 아니면 핵 동결 또는 군축 협상을 추진할지 아직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파격적 북미 정상회담 등을 추진한 바 있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선례에 비춰볼 때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하거나 따르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