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따라 산책하며 문화예술로 감성 충전

2025-01-17 13:00:43 게재

송파구 석촌호수 문화쉼터 잇따라 선봬

미디어아트·빛조각…송파대로까지 연계

“창밖을 보며 겨울 호수와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보세요. 작가가 석촌호수와 어울리는 색깔을 뽑았어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석촌호수 동호변. 지난해 11월 문을 연 ‘더 갤러리 호수’는 평일에도 관람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책 나온 인근 주민들부터 멀리서 겨울 호수를 찾아온 방문객들까지 잎을 떨군 나무와 물길을 즐기다 자연스레 발길을 튼다. 관람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오전 11시와 오후 3시가 되면 전시실 입구에서 준비하고 있던 주민 해설사가 나선다. 관람객들과 함께 짧은 그림 여행을 떠난다. 인근 신천동에 사는 한 주민은 “설명을 듣고 나니 작품마다 예술가의 인생이 담긴 것 같아 더욱 흥미가 생겼다”며 “전시가 끝날 때까지 더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17일 송파구에 따르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인 석촌호수를 끼고 문화예술 감성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어 주민들 호응이 크다. 석촌호수를 송파가 아닌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도심 속 문화쉼터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더 갤러리 호수는 가장 최근 문을 열었다. 당초 석촌호수 관리동이었는데 오랜 준비를 거쳐 지하 1층부터 옥상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탈바꿈시켰다. 연면적 709.1㎡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내부와 옥상에서 석촌호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담장 없는 개방형 건물이라 주변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구는 “실내와 실외가 하나가 되도록 열린 구조로 설계했고 무채색 외관은 자연과 예술작품,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고 설명했다.

개관을 기념해 2월 말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도심 속 인공정원인 석촌호수 자체에서 착안해 기획했다.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안정과 심미적 체험에 중점을 두고 전시실은 물론 복도 야외 옥상까지 활용했다. 1층 2전시장은 색을 주제로 꾸몄다. 특히 일상 감정을 표현하는 형용사와 어울리는 색을 조합해온 이 경 작가가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석촌호수에서 연상되는 색채를 선보인다. 2층 1전시장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으로 채웠다.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흐름을 주도해온 작가들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수준 높은 작품과 일상에서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접근성 덕분에 더 갤러리 호수는 문을 연지 2주만에 관람객 3만명이 다녀갔고 주말에는 하루평균 4000명 이상이 방문한다. 평일에는 산책 나온 증장년층, 주말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등 젊은층이 주를 이룬다.

송파구가 지역 명소인 석촌호수 주변에 잇따라 문화공간을 마련해 산책 나온 주민들과 멀리서까지 찾아온 방문객들 발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더 갤러리 호수는 개관 2주만에 3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좋다. 사진 송파구 제공

더 갤러리 호수에 앞서 잠실동 서호쪽에는 복합문화시설 ‘문화실험공간 호수’와 공연장 ‘석촌호수 아뜰리에’가 문을 열었다.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풍경 맛집’들이다. 구는 여기에 더해 서호와 동호를 잇는 잠실호수교 아래쪽에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호수교 갤러리’를 조성할 방침이다. 서호 관리사무소 자리에는 상설 빛 조각품인 ‘더 스피어(The Sphere)’를 선보인다. 석촌호수에서 가락시장 사거리까지 거리정원으로 잇는 ‘송파대로 명품거리’ 일환이다. 호수 방문객들을 송파대로까지 이끌겠다는 취지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멋진 자연경관으로 널리 알려진 석촌호수가 이제는 문화예술을 덧입은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며 “송파대로까지 이어지는 ‘세상에 없던 길’을 연결해 방문객 발길을 이끌고 송파의 도시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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