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수 대통령’ 구속…‘민주 리더십’ 못 갖춘 유명인 집착 탓

2025-01-20 13:00:03 게재

기업인 이명박, 소통 대신 ‘밀어붙이기’

독재 유산 박근혜 “인혁당, 두 개의 판결”

검사 윤석열, ‘툭 하면 수사’ 대화보다 처벌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구속되면서 보수진영이 배출한 대통령이 세 명 연속 구속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1987년 체제 이후 배출된 7명의 대통령 가운데 유독 ‘보수 대통령’만 잇달아 구속 신세가 된 것이다. 왜 일까. 정치권에서는 보수정당이 민주주의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유명인을 득표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용병으로 들인 게 ‘불행의 시작’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경찰, 서울구치소 경계 근무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수감중인 경기도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된 세 번째 ‘보수 대통령’이 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진보 대통령’과 달리 ‘보수 대통령’이 유독 사법의 철퇴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주의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유명인을 앞세워 집권한 후과”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불도저’ ‘밀어붙이기’ 리더십이 몸에 밴 대통령이었다. 국민과의 소통은 뒷전이었고 시간낭비로 치부됐다. 그 바람에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초래하면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공인으로서 갖춰야할 공사 구분도 명확치 않았다. 회삿돈을 횡령하고 측근에게조차 뇌물을 챙긴 혐의로 형을 살았다. 보수정당 일각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정권 탈환 욕심에 눈이 멀어 ‘샐러리맨 성공 신화 이명박’을 영입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그 부분(인혁당 사건)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냐”고 말했다. 1975년 인혁당 사형 선고와 2007년 재심 판결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독재정권 시절 이뤄진 잘못된 판결과 민주화 시대에 이를 바로잡은 판결을 동등하게 바라본 것이다. 독재자 딸인 박 전 대통령의 역사인식은 독재시대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보수정당도 이를 알아챘지만, 모른척했다. 재집권을 위해 ‘박정희 향수’마저 이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은 보수궤멸을 진두지휘했던 ‘윤석열 검사’를 영입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윤석열 검사’가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사 윤석열’은 우려했던 대로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전혀 없었다. 상대를 제압하는 ‘검객’ 리더십만 넘쳤다. 야당과의 대화를 끝까지 외면했고, 여당 대표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쫓았다. 그러다가 결국엔 군인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보수정당 일각에서도 애당초 “검사 리더십은 대통령에 맞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았지만 정권탈환에 눈이 멀어 애써 무시했다.

보수정당은 대선 때만 되면 국회에서 민주주의 리더십을 체득한 정치인 대신 기업인과 독재자의 딸, 검사라는 유명인을 앞세우기에 바빴다. 그 결과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는커녕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흔들다가 구속 신세가 됐다. 보수진영에서도 “유명인 위주의 대선주자 대신 민주주의 리더십이 체화된 정치인을 키워 대선주자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이유다. 더 이상 득표력만을 좇아 민주주의 리더십이 검증 안 된 유명인을 데려오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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