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임 머스크, 영향력 어디까지?

2025-01-21 13:00:02 게재

정부효율부 수장인데

국내외 정치까지 간섭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정부의 자문 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을 맡은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직책에 따른 역할을 뛰어넘어 경제 전반이나 외교 문제에까지 언급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머스크가 국내외 정치에 점점 더 목소리를 내면서 파장과 반발을 부른 사례도 잦다.

지난달엔 미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간 합의된 내용에 제동을 걸며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하원 또는 상원의원은 2년 내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에서 “머스크가 진짜 대통령이냐”라는 조롱이 나와, 트럼프가 진화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자신이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에서 영국이 “폭압적인 경찰국가”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당 소속 키어 스타머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영국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파장을 일으켰다. 또 독일 총선을 앞두고는 지난 11~12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전당대회를 엑스에서 생중계하는가 하면,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대담하며 유권자들에게 AfD에 투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유럽 각국 정부의 불만이 커지자 유럽연합(EU)은 지난 17일 엑스를 상대로 진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조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DSA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허위정보,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한 법이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자 머스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진영이 대표적이다. 머스크와 마가 진영 간 분열은 지난달 22일 트럼프가 인도계 IT 전문가를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정책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불거졌고, 이는 기술직 비자(H-1B) 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됐다. 마가 진영은 트럼프의 잇따른 인도계 기용과, 머스크를 위시한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H-1B 비자 확대 주장을 싸잡아 비판했고, 머스크는 이에 “전쟁”을 선포하며 맞섰다.

이 논쟁은 트럼프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늘 그 비자(H-1B 비자)를 좋아했고, 지지해왔다”고 밝히면서 표면적으론 일단락됐지만, 머스크에 대한 마가 진영의 앙금은 여전한 분위기다.

미국의 정치매체 더힐은 외국 정치에 간섭하는 머스크의 행보 역시 트럼프의 외교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대서양연안정책센터의 개럿 마틴은 “머스크는 엑스라는 상당히 큰 메가폰을 갖고 있고, 이는 상당히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의 야망과 목표가 항상 트럼프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엑스를 통한 여러 발언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배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미국 우선주의자들과 보수진영의 주류 양쪽에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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