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탄 국민의힘…‘아스팔트 보수’에 발목 잡히나

2025-01-21 13:00:06 게재

당 지지율 회복세 … “2017년 되풀이 안 한다” 자신

2019년 한국당, 태극기 손잡았다 이듬해 총선 참패

강성 보수, 2019년 국회 난입 … 이번에는 법원 폭동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매섭다. 당 지지율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정권 연장’ 응답이 ‘정권 교체’를 앞섰을 정도다.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와중에 ‘아스팔트 보수’로 표현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저질렀다. 보수층에 의존하는 국민의힘이 자칫 ‘아스팔트 보수’에 발목 잡혀 중도 확장성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대책회의서 발언하는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1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의 지지세 확산이 뚜렷하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16~18일, 자동응답 방식,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48.6%)이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46.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달 말 ‘정권 교체’가 두 배 가까이 높았던 결과가 급격히 변한 것이다.

한국갤럽 정당지지율 조사(14~1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39%)이 민주당(36%)을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했다. 12.3 계엄 직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두 배 높았지만 한 달 만에 바뀐 것이다.

여론의 급격한 변화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호소에 보수층이 응답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12.3 계엄 이후 공권력과 사법부에 맞서면서 보수층을 향해 “도와 달라”고 읍소하자, 강성 보수층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 응답층을 보면 보수층의 적극적 대응이 감지된다.

12.3 계엄 직후 실시된 12월 셋째 주 조사 응답층은 보수층 267명, 진보층 357명이었지만 1월 셋째 주 조사에서는 보수층 338명, 진보층 262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만에 보수층 응답자는 71명 늘고, 진보층은 95명 감소한 것이다. 보수층 결집이 여론조사 결과마저 뒤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권은 보수층 결집에 힘입은 상승세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20일 “(박근혜 탄핵 이후 대선에서 패했던) 2017년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심판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올해 조기 대선은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 지지층인 ‘아스팔트 보수’가 저지른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국민의힘 상승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도 이번 법원 판결(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승복하고, 폭동을 일으킨 일부 과격 세력과 단호히 절연함으로써 보수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폭력은 안 된다”면서도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을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노총 앞에서는 한없이 순한 양이었던 경찰이 시민들에게는 한없이 강경한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아스팔트 보수’가 아닌 야당·언론·경찰 비판에 무게를 실었다.

여권과 ‘아스팔트 보수’의 관계는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태극기세력의 공조를 연상시킨다.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강성 보수층인 태극기세력과 손잡고 대여 투쟁을 벌였다. 태극기세력이 주최한 광화문 집회에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2019년 12월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집회에는 태극기세력 수천 명이 참석했다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 난동을 부렸다. 국회 난입 사태 직후 실시된 21대 총선(2020년 4월)에서 자유한국당은 103석이라는 기록적 참패를 맛보았다. 태극기세력과 손잡은 후과라는 지적이었다.

윤 대통령 지지층인 ‘아스팔트 보수’에 의해 저질러진 서부지법 폭동도 조기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질문에 “있다고 본다”며 “대통령이나 변호인단의 메시지가 굉장히 강하다. 여론전에 승부를 걸고 그 여론전이 유튜브 보는 강성 지지층을 움직이니까, 그거(여론전)를 계속할 것이다. 그런데 도움이 안 되는 전략이라고 본다. 앞으로 수사뿐만 아니라 탄핵 심판 그 다음에 선거, 모든 것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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