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귀환한 트럼프의 세계경제 영향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시대가 열렸다. 8년 전 예상을 깬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의 파격을 보여줬던 트럼프정부는 1기 당시 중점을 뒀던 미중 전략전쟁에서의 승리를 넘어 이번에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미국 내에 구축해 미국을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트럼프정부는 빠른 기준금리 인하와 강도 높은 행정부 개혁을 예고한 상태다. 바이든정부가 유지해 온 높은 금리 정책이 미국경제를 짓눌러 왔다고 본 트럼프정부는 출범 전부터도 여러차례에 걸쳐 미 연준에 금리인하 속도를 높일 것을 요구했다. 미 연준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새로운 정부의 입장을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트럼프, ‘미국우선주의 2.0시대’ 선포
한편 일론 머스크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는 규제철폐 행정축소 비용절감을 통해 불필요한 연방정부 지출을 줄이고 친기업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로 행정부 개혁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밖에도 1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정부는 미국 내 셰일가스, 석유 시추 등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국가에너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에너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의 유가담합이 더 이상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함의가 담긴 것이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으로 막대한 양의 전력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이에 대한 공급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반면 미국 역외에서 생산활동을 해 미국에 수출을 하는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트럼프정부는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각 부과하는 한편 미국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같은 비율로 보복관세를 매기는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 제도 도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직접 투자를 통해 생산을 하지 않는 이상 미국 역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트럼프지만 인플레이션법(IRA)은 앞으로도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액공제 지원을 하고 있는 IRA가 친환경 에너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정파성마저 초월해 오로지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미국경제의 성장을 지향하는 트럼프 집권 2기는 이 같은 이유로 당분간 미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세계무역의 분절화 가져올 것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경제의 나홀로 성장이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2025년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고착화될 것이라 예견한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은 공통적으로 미국의 보편관세 추진이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0.2~0.3% 가량 하락시킬 것으로 보았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무역의 분절화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다.
그 밖에 트럼프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 이민정책을 세계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제시하며 이 같은 정책이 단기간에는 미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국에는 무역갈등 심화, 노동력 공급 차질을 야기해 미국과 세계경제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 내다보았다.
지금 당장은 트럼프정부가 이끄는 미국경제의 반짝 호황이 눈부실 수 있지만 결국은 그것이 블랙홀이 되어 세계경제는 물론 미국경제까지 집어삼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