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30원대로 하락…변동성 우려 ‘여전’

2025-01-22 13:00:08 게재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 ‘보류’했지만 불확실성 장기화

2월 멕시코·캐나다에 25% … 중국 10% 관세 부과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날 원달러환율은 1430원대로 하락했다. 약 5주 만이다.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고강도 보편 관세를 이날 부과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향후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나 재정정책이 구체화 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날 보편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것은 ‘보류’ 성격이었을 뿐 ‘취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열린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의 관세부과를 고려하고 있다며 해당 조치는 다음 달 1일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22일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 개장 직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내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사전에 예고한대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

◆달러화 지수 107선으로 하락 = 22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4.5원 내린 1435.0원에 장을 출발해 22분 현재 1431.00원으로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장 초반에는 143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6일 1428.0원(주간 장중 저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37% 내린 108.036을 나타냈다 .최근 장 중 110선까지 상승했던 달러지수는 트럼프 취임 이후 107선으로 하락하며 전일(현지시간) 107.95로 20일 109.35보다 1.28% 떨어졌다.

환율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보편 관세를 트럼프 취임 첫날 부과하지 않았다는 점이 외환시장의 불안을 완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를 시사,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연설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그 시점은 2월 1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이번 각서는 무역대표부가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적절한 개정 방안을 권고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상무부에는 중국이 트럼프 1기 당시의 무역 합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무역협정 검토 등 여러 지시 사항의 결과를 4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구체적으로 시점을 명시해 4월부터는 강력한 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과의 환율정책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약세를 주장했기에 이와 관련된 일종의 환율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관세 인상은 현실화할 듯 = 해외 언론과 투자은행(IB)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은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과의 무역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세 인상은 현실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참모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략을 구체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요구는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와 ING는 “관세 인상 위험이 해소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오히려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된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 계획은 미국 자동차 산업과 해당국 수입 비중이 높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에 재앙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프 리서치는 “이번 추가 관세로 평균 신차 가격이 약 3000달러(약 429만원) 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관세수입 징수를 위한 대외관세청(External Revenue Service) 신설 계획도 우려된다.

대외세입청 설립은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상대국가의 보복 조치 가능성 등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 트럼프 취임식에서 즉각적인 관세 부과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외세입청의 설립을 강조했다는 점은 언제든 관세정책을 실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련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관세 리스크는 주식시장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가 유발하는 관세 논란과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기와 형태의 문제인 것이지, 관세 부과는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조언했다. 한 연구원은 “한국, 캐나다, 멕시코와 같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현재 관세율을 0%로 적용 받고 있지만, 이들 모두 대미 무역흑자 상위 국가라는 점에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관건은 관세의 수위로써, 특정 국가 혹은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넘어 전면적인 관세, 보편적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지난 2018~2019년 무역분쟁이 그 이상의 강도로 재발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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