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선사, 중국 대신 K-조선에 발주

2025-01-23 13:00:03 게재

HD현대, LNG이중 추진선 12척 수주 … 미국 화주들도 중국산 선박 꺼려

중국 해양력을 견제하는 미국의 신해양전략이 한국의 해운·조선산업에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 선사와 해운동맹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CMACGM이 HD현대중공업으로 발주를 확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스위스 선사 지중해해운(MSC)에 인도한 초대형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모습. 사진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의 조선부문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23일 세계 3위 해운기업인 프랑스 선사 씨엠에이씨지엠(CMACGM)과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1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선박 규모는 6m(20피트) 길이 컨테이너박스 1만8000개를 운송할 수 있는 크기로 모두 액화천연가스(LNG)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LNG 이중 연료 추진선이다.

수주금액은 한화로 약 3조7160억원 규모로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2028년 12월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국영 해운기업 코스코(COSCO)와 해운동맹 ‘오션 얼라이언스’를 운영하고 있는 CMACGM은 자사가 운영할 선박을 건조할 때 중국 조선소에 자주 발주했다.

HD현대에는 지난해 7월 1만5500TEU급 LNG이중 연료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한 데 이어 이번에 추가 주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르웨이 해운조선전문 미디어 트레이드윈즈는 “CMACGM은 최대 12척의 대형 LNG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 신조 건조를 위해 중국 조선소와 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HD현대와 계약하면 주문량이 2배로 늘어 5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CMACGM처럼 중국과 주로 거래하던 기업도 미국이 중국 해양력을 강력하게 견제하면서 신조 발주처가 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게 해운·조선업계 분석이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중국의 COSCO그룹과 중국의 최대 국영조선기업 ‘중국선박그룹’(CSSC) 등을 군사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기업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거래를 제한받게 돼 미국 화주들 화물을 운반하는 해운기업은 선박발주처나 선박용선 등을 할 때 이를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국의 해양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을 채택했고, 12월에는 이 지침을 구체화한 ‘선박법’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이런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되찾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그런 것처럼 유럽을 포함한 어느 곳의 선사든 미국의 화물을 운송하는 곳은 미국 행정부 정책 흐름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HD현대에 정통한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CMACGM이 발주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은 폭이 넓어서 파나마운하를 통과 못하고 미국~아시아 루트(태평양항로)에 투입된다”며 “미국의 화주 기업들은 트럼프 정책을 의식해 중국산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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