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3년 “경영책임자 처벌 미흡”

2025-01-23 13:00:05 게재

민주노총 보고서 “판결 35건 중 실형은 5건 뿐” … 노 “노동자 참여 확대”, 사 “규모별 차등”

“노동자의 과실이 아닌 기업의 조직적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시행 3주년을 맞아 민주노총이 법 집행의 실효성 부족을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노총이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200여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송치한 160건 중 기소는 74건, 판결은 35건에 그쳤다. 실형은 고작 5건이었고 74%가 집행유예였다. 벌금형도 80%가 1억원 이하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행태를 근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시민재해다. 오송참사 단 1건만이 기소됐을 뿐 현재까지 단 건의 판결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등 대형 시민재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사법부가 ‘노동자의 과실이 있었다’, ‘그 전의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경영책임자들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며 법 제정 취지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영영자총협회은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31건의 판결 중 29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 중 87.1%가 중소기업 사례다.

특히 50인 미만 영세기업의 77%가 법 준수를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법 적용이 시작되면 대표자 실형과 폐업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경총은 또한 하청근로자 사망사건에서 원청에 대한 과도한 처벌 문제를 제기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하청근로자 사망 사건 14건의 판결문을 보면 모든 안전·보건조치를 원청이 해야 한다는 식의 판결이다”며 “이는 원청과 하청의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시민사회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오히려 대기업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책임 회피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산업안전 감독 강화 △작업중지권 보장 △노동자 참여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법령의 모호성 해소와 기업 규모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법 시행 3년을 맞아 보완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으나 노사 간 첨예한 입장차로 인해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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