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보수, 다시 ‘통합 시험대’

2025-01-23 13:00:04 게재

1997년·2017년 분열 뒤 패배 … 2022년 단일화로 승리

국민의힘·개혁신당 단일화 주목 … 이준석 “3자 필승”

여당주자 간 합종연횡 가능성 … 유승민·한동훈 ‘닮아’

조기 대선 실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보수진영 차기주자들도 앞다퉈 출마 의사를 피력하고 나섰다. 진보진영과 달리 보수진영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후보군이 두터운 모습이다. 따라서 보수 단일화, 또는 후보 간 합종연횡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문수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23일 보수진영에서는 조기 대선 출마 뜻을 밝히는 예비주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안철수 의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서부지법 폭력 난동’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출마 의지를 거듭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출마 뜻을 분명히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조만간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철수 의원은 ‘마지막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부 광역단체장도 경선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진영에서 차기를 노리는 예비주자가 얼추 10명에 달할 것이란 계산이다.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보수진영의 차기주자가 쏟아지면서 통합이 화두로 떠오를 조짐이다. 보수정당 간, 또는 후보 간 단일화나 합종연횡이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는 역대 대선에서 얻는 교훈에 근거한다.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5월 16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 신한국당에는 ‘9룡’으로 불린 차기주자 9명이 쏟아졌다. 이회창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2위 이인제가 탈당했고 결국 대선에서 둘 다 패했다.

한동훈 전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017년 ‘탄핵 대선’에서 보수진영은 다시 분열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이 제각각 출마해 전부 패자가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31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반면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과 국민의당 안철수가 대선 직전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승자가 됐다. 역대 대선 결과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준석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당 내홍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올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도 단일화 또는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일찌감치 거론된다.

우선 보수진영에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손잡아야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조기 대선에서 제각각 후보를 내면 보수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당사자인 이 의원은 통합에 부정적이다. ‘3자 필승론’에 무게를 둔다.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의 ‘4자 필승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22대 총선 당시) 동탄서는 3자 구도로 이겼다”며 “동탄 선거 때 모두가 단일화를 해야 이긴다고 했다. 그 모든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겼다”고 말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22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나와 이 대표를 겨냥해 “다 같이 해서, 보수의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드라마틱한 경선을 하면 민주당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거론한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 간 합종연횡 필요성도 거론된다. 비슷한 색깔의 주자들이 단일화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12.3 계엄 사태 진행과정에서 유사한 입장을 보인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주목 받는다. 여당 비주류 관계자는 “한동훈-유승민이 단일화를 한다면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도 ‘강펀치’에서 “탄핵이나 여러 문제에 대해서 저나 한동훈 대표나 안철수 의원이나 또 이준석 의원까지 생각이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지층이 겹치는 것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손잡을 가능성도 주목 받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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