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끝없는 ‘불신과 검증’의 여론전

2025-01-23 13:00:07 게재

여권,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의심 가능한 정황”

야권, 불리한 여론조사 불신…“조사결과에 왜곡 발생”

사실상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여야가 지지층 확장을 위한 여론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권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대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고 야권은 최근 여야 지지율이 역전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양쪽 모두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론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밴드왜건 효과’를 여당은 활용하고, 야당은 저지하고 있다는 점은 대비된다.

밴드왜건 효과는 사람들이 한쪽에 모여들면 그곳에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뒤따르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여권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작 불가능’ 해명에도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일종의 밴드왜건 현상으로 설명된다.

실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여당도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입장은 부정선거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맞는다”라면서도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믿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뭔가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진 시스템을 신뢰하되 상당수의 국민들이 부정선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을 정부든 선관위든 국회든 분명하게 밝혀줘야 한다”면서 “우리 의원들 중에서도 부정선거가 분명히 있었다고 믿는 부분들이 있고, 저 역시도 선거를 치러보면 ‘이거 이상한데’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다”면서 부정선거 의혹에 힘을 실었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선거시스템의 신뢰성을 대변하기는커녕 이에 편승해 진영 논리를 편 것이다.

이에 대해 22일 강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의심할 정황이 있다’며 은근슬쩍 음모론에 탑승하고 있다”면서 “상식적인 국민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는 망국적 망상에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낮은 결과 등이 나오자 조사의 신뢰도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여론조사업체 등록기준 등을 강화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

여론조사 검증 특위와 관련해 22일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잘못된 여론조사는 사실상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면서 “잘못된 여론조사로 민심이 호도되는 일이 없도록 허점이나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지속적인 여론조사 제도개선과 선거문화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조사기관 등록요건과 제재를 상향한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15일에도 같은당 이해식 의원이 “특정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오염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불공정한 방법으로 조사한 선거여론조사는 여론을 왜곡하여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아가 정치적 소모전과 정치혐오를 부추겨 민주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비슷한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의 여론조사 검증 특위 설치에 대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여론조사 기관에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하려는 것”이라면서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국가보안법 폐지 등도 주장했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에 대해선 전체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국민의 생각이나 표현을 검열하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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