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공세, K푸드·뷰티엔 ‘물주먹’
미국 현지화에 가격경쟁력 우위
MZ세대 지지 속 관세타격 제한
증권가 “수출다변화 화두 재등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무역공세에도 K푸드(식품) K뷰티(화장품) 두 업종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조선 바이오(의약)업종과 함께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졌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현지화를 이룬 상태인데다 그곳 MZ세대로부터 지지를 받는 브랜드(상품)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투경기로 치면 미 무역공격 강도가 두 업종엔 ‘물펀치(물주먹)’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대신 수출다변화라는 해묵은 ‘화두’를 다시 등장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23일 ‘트럼프 펀치 종류에 따른 한국경제 및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2.0시대 자국 우선주의는 한국 수출둔화 요인이지만 원화약세와 현지화·수출국 다변화전략이 수출기업 매출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트럼프 무역장벽 펀치(관세율, 대상국가)가 잽(가볍게 툭 치는) 또는 어퍼컷(치명적인 턱공격)인지에 따라 산업별 영향은 차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트럼프 취임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검토 명령으로 한국 이차전지 업종 타격은 불가피해졌고 멕시코 25% 관세부과 가능성은 자동차 수익성 하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무역협정 개정에서 농축산물 수입 개방과 철강 수입쿼터 축소 요구 가능성 있으며 중국 10% 관세 부과는 IT(정보기술)업종 타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보편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조선·방산, 유틸리티(전기 수도 등 기반산업), 바이오, 화장품, 음식료 업종은 견조(매출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식료업종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 확보, 가격 결정력으로 관세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며 라면과 만두를 중심으로 미국 매출이 빠르게 증가 중인 상황에서 이미 많은 음식료 기업이 미국 현지 공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관세 관련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수출의 경우에도 공급 대비 수요가 강한 만큼 가격 인상을 통해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경제분석가)는 “트럼프 정부는 한국산 식품에 포장 성분 서류 등 복잡한 통관절차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이 미국산 옥수수, 대두, 치즈 수입을 확대할 것과 미국산 소고기 과일 검역절차를 완화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역설적으론 일정부분 국내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장품업종 타격여부는 가격경쟁력에 달려있다는 게 보고서 진단이다.
미국 수입화장품시장에서 2019년 10%에 불과했던 한국산 제품 비중은 2024년 10월 현재 22%까지 늘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수출 한국화장품은 주로 저가 제품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고가 제품들과 판매 포인트가 다르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10~20% 관세가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선택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관세장벽(생명공학 제품 승인 절차 개선) 요구가 있을 수 있으며 트럼프가 미국 내 공장을 강요한다면 미국 업체 인수를 염두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화장품 수출의 경우 기존 미국 중국 일본 3자 구도에서 다자 구도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 출혈이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잠재적 소비자가 있는 시장에서 해외생산을 늘리고 미국이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는다면 고령화와 저성장 극복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