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박따박 탄핵 ‘부메랑’ 되나…“갑질로 비치면 치명타”

2025-01-24 13:00:11 게재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기각 … 한덕수 등 8건 계류

거부권 예고 법안 밀어붙이기 반복 “전략 안 보인다” 지적

헌법재판소(헌재)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탄핵소추를 주도했던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한덕수 총리 등 9명의 ‘줄 탄핵’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수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따박따박 탄핵’과 ‘법안 단독처리’ 등이 힘자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재명 대표 “위대한 대한민국은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헌재가 2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헌재 재판관 8인의 의견이 4대 4로 팽팽히 엇갈린 것은 방송장악을 위한 방통위 2인 의결에 면죄부를 준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직무복귀하는 이진숙 위원장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들은 “만약 이 위원장이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성격을 망각한 채 또다시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같이 2인만으로 불법적인 직무에 나선다면 다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무리하게 탄핵을 밀어붙인 결과라면서 사과를 촉구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무리한 탄핵소추를 한 민주당이 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법안 단독의결·국무위원 탄핵 등 정부여당에 대한 강력한 견제권을 행사해 왔다. 윤 대통령 외에도 한덕수 총리·박성재 법무장관·최재해 감사원장·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조상원 차장검사·최재훈 부장검사·박성재 법무부장관·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탄핵해 헌재에 탄핵심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이른바 ‘따박따박 탄핵’의 결과물이다.

이뿐만 아니라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내란특검법 등 쟁점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고, 최근에는 지역화폐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해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이들 상당수는 여당의 반대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실제 시행에는 이르지 못했고,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 폭거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여야 주도권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존의 강공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관된 강공전략이 자칫 다수당의 힘자랑으로 비쳐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서 최근 민주당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 “윤석열의 시대가 가면 바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시작된다”면서 “‘이 사람들에게 맡겨도 되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시점이 지금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재성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은 “민주당이 중도층 이탈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걸림돌이 뻔히 보이는 길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은 정치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검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만 강화하는 것을 지목한 것이다. 최 전 수석은 “정치적 갑질로 비치면 중도확장 등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분석가인 박성민 평론가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줄 탄핵이나 법안 단독처리 등을 지목하며 “압도적 국회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에게 행정권력까지 맡기면 민주당은 누가 견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율 변화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거나 ‘잘못된 조사’라는 거부반응을 보이던 민주당 안에서도 민심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눈치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윤석열정권에 대해서 체포, 구속, 탄핵 심판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보고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과거엔) 우리가 항의하는 저항하는 야당 소위 약자의 입장이었다”면서 “지금은 어쩌면 강자가 제거된, 마치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보고 민주당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당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여야 모두 지지층을 염두에 둔 정국대응을 기본으로 하지만 대선 정국에선 ‘누가 다수의 동의를 얻느냐’로 귀결된다”면서 “기존의 전략 모두를 재점검하고 방향을 재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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