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체불 노동자 설맞이
“1년 넘게 고공농성, 고용승계 이뤄져 땅을 딛고 싶다”
한국옵티칼 청산 여성해고자 … 니토덴코 자회사 한국니토옵티칼, 물량 넘겨받고 30명 채용하면서 “법인 달라” 거부
25일부터 30일까지 설 명절 연휴에 들어간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 여성노동자 2명은 1년 넘게 고공농성 중이다. 또 일본 오사카 니토덴코 본사에서 한국옵티칼 상황을 알리고 교섭을 요구하며 원정투쟁 중이다. 위니아전자·위니아·위니아전자매뉴팩쳐링 등 대유위니아그룹 3개 계열사 노동자들은 2022년 4월부터 1200여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로 2년 6개월 넘게 가족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5번째 명절을 맞는다.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 영등포구 국회 정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앞 등에서는 조선업 하청노동자, 자동차판매 노동자,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사(이수화학) 노동자, HD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서진이앤지)들은 원청과 교섭, 불법파견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중이다. 대구 성서공단 태경산업 노동자 5명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회사의 노조탄압과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통보에 맞서 100일 넘게 천막농성 중이다. 대부분 장기투쟁 중인 이들 노동자들에게는 가족 친지들과 풍요로운 설 명절을 쇠는 것은 먼 이야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41)과 소현숙(44)씨는 여성노동자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해고자인 두사람은 지난해 1월 8일 경북 구미공장 출하장 건물 옥상에 올랐다.
“지난해 추운 겨울 옥상에 올랐을 때는 1년을 넘길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고용승계가 더 간절했다.” 23일 휴대전화로 들려온 박 수석지회장의 첫 일성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는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태블릿과 휴대전화, TV 액정에 부착하는 편광필름을 생산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에 납품해왔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하며 50년 토지 무상임대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은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화재 이후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회사는 노동자 400여명 가운데 희망퇴직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노동자 17명을 2023년 2월 정리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니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고용승계 투쟁이 1년이 넘기면서 현재 두사람을 비롯해 일곱명이 남았다. 5명은 지상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2011년 입사한 박 수석지회장은 “한국니토덴코는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했다”면서 “하지만 니토옵티칼은 한국옵티칼 납품 물량을 가져가면서 30여명을 신규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2006년 입사한 소현숙씨는 “니토옵티칼도 같은 편광필름을 생산해 교류도 있었고 심지어 사원복도 똑같다”면서 “2019년에는 한국니토덴코가 한국옵티칼 영업사원 10여명을 전환배치해서 고용승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고용승계되고 지금은 왜 안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17년을 다닌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고 했다.
일자리를 잃은 7명의 해고자들은 생계도 어렵지만 구미공장 철거승인이 나고 고용승계 농성으로 철거를 못하면서 계속 부과되는 벌금도 힘들게 한다. 해고자들은 이의신청하면서 버티지만 통장을 압류당하고 전세금 등 부동산에도 가압류된 상태다.
박 수석지회장은 “지난해 4월 고용노동부 중재로 회사를 대리해 법무법인과 만났지만 고용승계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왔다”면서 그 이후 회사는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연대와 응원을 해주는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자와 일반 시민들이 있다. 김 판매하는 재정사업에 참여해 생계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12.3 내란사태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연대의식은 지난 10~12일 고공농성장에서 1박2일 희망텐트촌을 열어 응원했다. 소현숙씨는 “”많은 분들이 회사의 부당함을 알고 달려와서 응원봉도 흔들며 문화제도 열어줘 정말 고맙고 힘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또한 최현환 지회장이 20일부터 일본 오사카 니토덴코 본사에서 한국옵티칼 상황을 알리고 교섭을 요구하며 원정투쟁 중이다. 한국옵티칼의 또다른 납품처인 서울과 일본 애플스토어에서도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두사람은 고공농성으로 세번째 맞은 이벌 명절에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다. 박 수석지회장은 “하루빨리 회사와 대화가 시작되고 고용승계가 이뤄져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며 “이번 설을 같이 쇠지 못하는 부모님 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