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임금체불, 가정을 파탄시키는 범죄행위”
대유그룹 체불액 1203억원 2천명 넘는 피해
퇴직금·자산매각 수천억원 챙긴 박영우 회장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대유그룹) 회장은 6개월만 월급없이 살아보셔라.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가족을 파탄내는 경제적 살인행위다. 2년 넘게 이어진 체불로 가족들은 생지옥 같은 생활로 연명하고 있다.”
2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유그룹 임금체불에 관한 청문회에서 박 회장 등 핵심증인은 불출석하고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위니아전자노조 강용석 위원장(58)이 울분을 터뜨렸다.

2022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위니아전자 위니아(위니아딤채) 위니아메뉴팩쳐링 등 대유그룹 3개 계열사의 체불액은 1203억원으로 피해 노동자는 2105명에 달한다.
앞서 대유위니아는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산을 매각해 변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박 회장은 노동자들이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는 데도 지난 3년 동안 퇴직금으로만 161억원을 챙겼다. 골프장 매각대금은 3000억원이었는데 임금체불 변제에는 고작 30억원에 그쳤다. 성남 대유위니아타워는 아직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매각한 선릉 대유타워 매각대금도 670억원이었으나 노동자들에게 단 한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정부가 대유위니아를 대신해 체불 노동자에게 지급한 대지급금(세금) 94억3700만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대지급금 회수율은 지난해 12월까지 0.6%(6400만원)에 불과했다.
청문회 채택한 증인 가운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구속된 박 회장은 재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불참했다. 박 회장 배우자 한유진씨는 건강을 이유로 출국했다. 박은진 대유에이텍 부사장(박 회장 차녀)와 박현철 전 위니아전자 대표(박 회장 조카)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박 부회장은 임금체불 발생한 뒤에도 대유그룹 여러 계열사에 걸쳐 8억원이 넘는 돈을 급여로 받아갔다. 게다가 신규법인 ‘위니아미’(의료기기 분야)를 설립해 계열사 자금을 빼가고 지급할 돈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파산을 악용했다.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변제 계획을 하나도 안세웠다” “가족절도단”이라고 질타했다.
“고용부는 명절만 되면 이벤트성으로 임금체불 근절을 이야기 한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사상 처음 2조원을 넘겼다. 국회는 ‘임금체불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체불시 빼돌린 재산을 강제 회수하는 등 법적 임금체불 근절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금속노련 위니아딤채노조 남승대 위원장(56)의 말이다. 남 위원장은 1994년 만도기계로 입사해 현재의 ‘위니아’로 바뀔 때까지 30년 이상을 일했다. 남 위원장도 7000만원 체불된 상태다. 750여명이 일했던 위니아는 350명이 남았다. 한달에 10일 정도만 가동중이다. 월 400만~500만월을 받던 노동자들은 월 100만~200만원을 받고 있다.
남 위원장은 “고용부는 통상임금이 ‘최저임금 110% 미만’이라는 간이대지급금 지원조건 때문에 대유그룹 노동자들는 못받고 있다”면서 “고용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장기간 체불로 생계유지가 힘든 재직자에 한해 최대 7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의 양형기준표를 체불액 규모에 따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개 회사는 2023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올해 4월 만료된다. 그나마 가동 중인 위니아는 적당한 인수자를 만나면 파산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위니아전자는 회사를 운영할 조직이 다 무너졌다. 강용석 위원장은 1993년 대우전자로 입사해 2018년 위니아전자로 바뀐 상태에서 32년간 근속했다. 2022년 9월부터 체불되기 시작했다. 450명 임직원들은 2년 전부터 생산이 중단되면서 현재 40여명만 남았다. 30여년 일한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액이 평균 3억~4억원에 달한다.
강 위원장은 “현재의 법과 제도로는 체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임금체불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며 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과 제도를 설계할 때 피해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용석 남승대 위원장은 “설 명절을 맞았지만 가장으로서 역할을 못해 마음이 참 무겁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