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지난해 수주잔량 4.5% 줄었다

2025-01-31 13:00:04 게재

건조량보다 수주량 적어

10척 중 7척 중국 싹쓸이

한국 조선산업이 새로 발주되는 선박 수주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조선산업이 한국 조선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시장은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31일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신규 수주량이 선박을 건조·인도한 양보다 적어 전체 수주잔량은 소폭이지만 줄어들었다”며 “아직까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점유율 위축이 지속되면 수년 내 수주잔량이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어 점유율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4일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해운·조선업 2024년 동향 및 2025년 전망’과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통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수출입은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선 대량 발주와 해운·조선산업에서 탈탄소 대응 수요 등으로 사상 세번째로 많은 신조선 수요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선박 신규 발주량은 6581만CGT(표준선환산톤)로 1년 전보다 33.8% 늘었다. 발주액은 선가 상승으로 55.2% 증가한 2038억달러를 기록했다. 신조선가 지수는 연중 6.1% 상승한 189.16을 기록했다. 세계시장에서 발주량은 건조량 4038만CGT(13.3%↑)를 초과해 수주잔량도 상승했다.

수주시장에서 중국의 선전은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표준선환산톤 기준 수주점유율은 중국 70.6%, 한국 16.7%, 일본 4.9% 순이었다. 새롭게 발주한 선박 10척 중 7척을 중국에서 수주한 셈이다. 한국 점유율은 2년 연속 하락했다.

한국의 신조선 수주는 1098만CGT, 수주액은 362억3000만달러로 각각 1년 전보다 9.1%, 22.4% 상승했다.

건조량은 22.1% 늘어난 1127만CGT를 기록, 8년만에 1100만CGT를 초과했다.수주량이 늘어난 건조량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수주잔량은 3716만CGT로 4.5% 하락했다. 확보한 수주잔량은 약 3년 6개월치 일감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량이 가장 많은 글로벌 조선소 상위 10개 중 7개가 중국 조선소다.

수주량 1~4위 조선소는 모두 중국 업체다. 중국 민영기업인 뉴타임즈조선을 선두로 후둥중화조선, 양쯔장조선, 헝리중공업이 뒤를 이었다.

후둥중화조선은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대표 조선업체이고, 헝리중공업은 국내 STX중공업이 중국 다롄에 세운 조선소를 중국이 2008년 인수해 키웠다.

한국 조선소는 삼성중공업,한화오션, HD현대삼호(HD현대의 조선 계열사)가 5~7위를 차지했지만 8~10위는 다시 중국 조선소가 차지했다.

한국 조선소는 2023년까지 글로벌 수주량 1~5위 안에 HD현대 소속 조선계열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빅3’가 모두 포함됐지만 지난해는 판도가 바뀌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세계 신조선 시황은 LNG선과 컨테이너선 신조수요 감소로 발주량은 32% 줄어든 4500만CGT, 발주액도 34% 하락한 13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수주량도 7% 하락한 1020만CGT, 수주액도 10% 줄어든 325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양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의 점유율 회복 노력이 예상되지만 선가 인하를 통한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며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변수, 중국의 생산설비 확대에 따른 품질저하 등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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