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20년 후 패혈증 사망…“업무상 재해”
공사 중 5m 높이 추락 … 장해 6급 판정
법원 “장기요양, 면역력 저하 … 질병악화”
20년 전 발생한 산업재해로 장해 판정을 받고, 질병이 악화해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배우자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02년 9월 한 공업사의 지붕 보수공사를 하던 중 5m 높이에서 추락해 두개골 골절과 경추 손상 등의 부상을 입고 2003년 10월 장해 6급 판정을 받았다.
앞서 A씨는 2019년 5월 뇌전증에 대한 추가 상병을 신청해 승인받아 재요양을 하던 중 2023년 2월 패혈증을 직접 사인으로 숨졌다. 다만 같은 해 6월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 추가 상병 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이를 불승인했다.
이에 배우자 B씨는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기존 장해 6급을 받은 부상이나 추가 승인된 뇌전증이 A씨의 직접적인 사망 요인이 아니고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B씨는 재판에서 “A씨가 추가 승인된 상병인 뇌전증으로 요양 치료를 받던 중 병원 내 감염으로 패혈증이 발병해 사망했으니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려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질병이거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 등으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흡인성 폐렴에 따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며 “A씨는 장해 6급을 받은 부상과 뇌전증으로 인한 장기간의 요양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됐고, 이러한 요인들이 폐렴을 발병 또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시 망인이 만 82세이고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산재로 인정된 질병과 사망원인이 된 폐럼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