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시내버스 소외지역 ‘구청 버스’가 달린다
문화·돌봄·공공서비스 접근성↑
‘성동형 일상생활권 조성’ 일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주민 윤옥자(45)씨는 “주로 걸어 다니는데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더울 때는 난감하다”며 “15분마다 차량이 운행하니 지금은 너무 편하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업무상 공공기관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데 주요 거점이 다 연결돼 있어 외근할 때도 주로 이용한다”며 “아이 키우는 집은 도서관 아동시설 운동시설을 가느라 거의 매일 탄다”고 말했다.

◆주민이 가장 공감하는 정책 1위 = 5일 성동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성공버스’를 역점적으로 추진한다. 마을버스를 비롯해 대중교통 노선에 공백이 있는 금호동 응봉동 행당동 성수동 일대 주요 공공시설을 연결해 운행하는 공공 순환버스다. 구는 “서울시 마을버스는 준공영제가 아니라 적자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형태라 노선이 충분하지 않고 배차 간격이 길어 주민 불편이 크다”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재정적자 보전을 넘어 대중교통 공공성 확보까지 포괄적으로 고민했다. 이왕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면 공공기관이 주체가 돼 지역 여건에 맞는 교통정책을 촘촘히 설계하고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해 주민들 이동권을 보장하자고 판단했다.
공유차량 업체와 손잡고 지난해 10월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25인승 차량 5대를 15분 단위로 투입했다. 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를 기·종점으로 해서 22개 정류장을 오가도록 했다. 기존 마을버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했다. 구 관계자는 “마을버스와 겹치는 구간이 10%도 안된다”며 “출퇴근 시간대나 주말에 승객이 몰리는 점을 고려해 평일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행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문화 의료 복지 공원 등 공공시설이 한층 가까워졌다며 반긴다. 지난해 말 구에서 ‘가장 공감하는 정책’을 물었는데 성공버스가 1위를 차지했다. 사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덕분인지 운행과 동시에 서비스 이용을 개시한 주민들이 상당수다. 실제 성공버스 덕분에 금호동 집에서 성수동 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까지 가족단위로 움직인다는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구 관계자는 “현재 대중교통 노선을 이용하면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다시 버스로 환승한 뒤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고 짚었다. 성공버스는 단 한차례 탑승만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편리해진 셈이다.
공공이 주체가 돼 운행하다 보니 서비스 품질도 남다르다. 운전기사 홍재효(25·경기 고양시)씨는 “안전운행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승객들이 공감해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고정 탑승자들은 간단한 일상을 이야기할 정도로 친밀감을 표시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 곳곳을 순환하면 해질녘 중랑천 풍경처럼 그동안 잘 몰랐던 성동구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며 “주민들과도 공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성공버스 고정고객 윤옥자씨는 “기사들이 친절하고 난폭운전이 없어 좋다는 평가가 많다”며 “요즘 주민들은 세금 쓰임새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허튼 곳에 쓰지 않는다’며 만족해 한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성동구는 주민들 호응과 요구를 반영해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장동 사근동 용답동 왕십리 도선동 등에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5월 새 노선이 추가된다. 환승승객 편의를 고려해 왕십리역 광장 안쪽까지 운행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이를 통해 하루 400여명 가량인 이용객이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터 삶터 쉼터 조화로운 도시 = 성공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교통망을 촘촘하게 구축해 이동시간을 단축하고 주거 건강 교육 여가 등 필수 사회기능을 누리도록 ‘성동형 일상생활권’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15분 도시’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15분 도시’는 미국 포틀랜드,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세계 주요 도시로 확산 중이다. 기후위기와 대도시 과밀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 복지 의료 여가 등 주민 일상에 꼭 필요한 기능을 생활반경과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서 착안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공버스와 공유차량 등을 통해 자기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도 성동구 내에서는 원스톱 이동이 가능해졌다”며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교통체계에 획을 긋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