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트럼프 관세 타격 적을듯

2025-02-05 13:00:16 게재

완성차업체중 멕시코산 판매비중 가장 작아

“반사이익 기대 … 현지공장 등 전략 주효”

미국서 흑자많아 수출 쿼터 현실화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시행을 한 달 유예한 가운데 관세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받는 타격이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가장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그룹 중 기아가 멕시코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 미국 수출분이 적어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간 1700만대 자동차시장 중 멕시코산 물량은 280만대로 약 16.5% 비중을 보이고 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 일본 도요타·혼다·닛산, 독일 폭스바겐, 다국적기업인 스텔란티스 등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기아가 미국 접경 누에보레온주에 멕시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생산분의 대미 수출량은 GM이 71만2000대로 가장 많았고, 포드(35만8000대), 닛산(31만5000대), 스텔란티스(31만4000대), 폭스바겐(28만7000대), 도요타(22만8000대), 혼다(21만1000대), 기아(15만1000대) 순이다.

기아는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둔 완성차업체 중 가장 적은 대수를 미국으로 수출했는데 수출 차종도 K4(포르테) 하나 뿐이다. 기아는 미국 판매에서 멕시코산 비중도 포드와 같이 18%로, 완성차업체 중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비중은 폭스바겐이 49%로 가장 높았다. 멕시코 생산분 절반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의미로, 관세부과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어 닛산(34%) GM(26%) 스텔란티스(24%) 등의 순으로 비중이 컸다.

물론 멕시코산만 따지면 도요타와 혼다의 비중이 각각 10%, 15%로 가장 낮지만, 이들 기업은 캐나다에도 생산공장을 보유해 미국 판매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관세부과에 따른 타격도 글로벌 업체 중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현지 생산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이어서 추후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큰 충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로 미국내 경쟁모델 판매가격이 상승하면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전통 완성차업체 중 멕시코와 캐나다 생산비중이 가장 낮아 관세 리스크도 가장 작다”며 “현대차그룹의 현지공장 구축 등 글로벌 중장기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세 부과로 경쟁모델의 미국 판매 가격이 상승하면 일부 반사이익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한국 자동차업계가 안심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주요 적자 품목으로 지목된 자동차 부문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압박할 경우 대미 수출용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와 수출 쿼터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는 2017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때도 주요 의제였다. 2012년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이 대한국 무역에서 최대 단일 적자를 보는 품목이 자동차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한국 친환경차 대미 수출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량은 총 143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이 넘는 51.5%를 차지했다. 현대차 64만대(44.4%), 기아 38만대(26.3%), 한국GM 42만대(29.2%)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한미FTA를 ‘일자리 킬러’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산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한미FTA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은 2019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던 소형 트럭에 대한 관세를 20년 더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가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내 생산기지 이전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자동차 수출 쿼터제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 수입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자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 자동차 수출에 쿼터를 요구해 협상을 타결하기도 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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