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호조로 경상수지 흑자 9년 만에 최고
상품수출 역대 최대, 7천억달러 육박
해외투자소득수지도 역대 최대 규모
작년 12월 경상 흑자도 역대급 보여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9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커졌고, 해외에 투자한 자본소득수지 흑자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행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는 큰폭의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를 비롯한 국제수지 개별 수치는 최근 10년 내 보기드문 실적을 보였다. 우선 대외교역의 최종 성적표에 해당하는 경상수지는 연간 990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328.2억달러)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최근 10년 중 두번째로 크다. 2015년(1051.2억달러) 이후 가장 많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2016년(979.2억달러) 이후 해마다 줄어 2022년(258.3억달러)에는 1/4 토막까지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난 데는 국제수지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연간 상품수지 흑자는 1001억3000만달러로 2018년(1100.9억달러)이후 6년 만에 가장 많다.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상품 수출은 6962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6943.2억달러)를 웃돌았다.
한은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IT)기기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수출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통관 기준 수출액을 보면, 반도체는 연간 1437억7000만달러로 전년(1006.7억달러) 대비 무려 42.8%나 늘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제품 수출은 2309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7.5% 증가했다. 선박제품도 245억달러 수출 실적을 보여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다만 승용차(683.3억달러)는 전년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해외 투자를 통한 배당과 이자소득도 뒷받침했다. 배당과 이자 등 투자소득수지는 연간 285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2023년(281.2억달러) 수준을 1년 만에 넘어섰다.
서비스수지는 237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적자폭은 전년도(-268.2억달러) 대비 31억2000만달러(11.6%) 감소했다. 여행수지 적자는 125억달러로 전년도(-123.4억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운송수지는 43억달러 흑자로 전년(1.9억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한편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23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12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경상수지는 2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2월 상품수지는 104억3000만달러 흑자를 보여 전년도 12월(86.6억달러)과 전달(98.8억달러)에 비해 모두 늘었다.
수출(633억달러)은 1년 전보다 6.6% 늘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 증가세가 이어지고 승용차와 화학공업제품 등 비IT 품목의 감소세가 둔화해 수출 증가율이 전달(0.8%)보다 컸다. 수출품목 가운데 통관 기준으로 정보통신기기(37.0%)와 반도체(30.6%), 철강제품(6.0%)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15.4%)와 EU(15.2%), 중국(8.6%) 등에 대한 수출이 늘었다.
수입(528.7억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원자재 수입(-9.6%)은 줄었지만, 자본재(24.4%)와 소비재(1.2%) 등을 중심으로 석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품목별로 가스(-26.6%)와 원유(-23.3%) 등은 감소했지만, 수송장비(59.2%)와 반도체 제조장비(42.6%), 비내구재 소비재(7.5%) 등의 수입은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21억1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적자 규모는 전달(-19.5억달러)보다 컸지만, 전년도 동기(-29.8억달러) 대비 감소했다. 여행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11월(-7.6억달러)보다 늘었다. 한은은 겨울방학 등 해외여행 성수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국제수지 호실적에도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올해 1월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며 “이에 따라 1월 경상수지도 흑자폭이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