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공지능 기술 도입 4.2%에 그쳐 … “상당히 미흡”
986개사 중 42곳 불과, 업권별 도입 계획 차이 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권에서는 활용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관련 교육과 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금융업권에 따라 AI 기술 도입 계획에 대한 입장이 엇갈렸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2024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에는 처음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AI관련 업무 도입 및 인력 수급관련 항목이 추가됐다.
금융연구원은 “전 산업에 걸친 생성형 AI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금융권의 생성형 AI 활용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며 “챗GPT 출현과 더불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생성형 AI 활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를 활용치 못하는 금융회사들은 향후 도태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금융회사를 상대로 AI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AI 기술을 도입한 회사는 응답한 986개사 중 42곳(4.2%)에 불과했다. 은행은 21개사 중 8곳이 도입했다고 답해 38.1%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반면 저축은행은 응답한 74개사 중 1곳(1.4%)에 그쳤고, 신협은 591개사 중 5곳(0.8%)에서 도입했다고 답했다. 보험은 25개사 중 6곳(24%), 증권·선물회사는 17곳 중 4곳(23.5%)이 도입했다고 밝혔다.
은행과 보험회사 중 아직 AI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회사는 ‘AI 모델 개발 및 도입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긍정(매우 그렇다, 그렇다) 비중이 각각 15.4%, 26.3%로 나타났고 중립(보통이다) 비중은 각각 76.9%, 47.4%로 비교적 도입 의지가 높았다. 하지만 AI 기술 도입이 저조한 자산운용·신탁,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신협의 경우 모델 개발 및 도입에 대해 회의적 의견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전반적으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금융연구원은 파악했다.
금융권의 AI 적용 분야를 보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고객서비스(37.0%), 자산운용(18.5%), 리스크관리(18.5%), 기타(16.9%), 포트폴리오 조정(9.3%), 경제전망(7.4%)의 순서로 나타났다. 보험(55.6%), 증권·선물(50.0%), 저축은행(50.0%), 은행(40.0%), 여신전문(38.5%), 자산운용·신탁(10.0%) 등 대부분 업권에서 고객서비스 분야에 AI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AI 관련 교육 및 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업권에서 긍정(매우 그렇다, 그렇다)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험(72.0%), 증권·선물(62.5%), 은행(60.0%), 저축은행(54.6%), 자산운용·신탁(48.4%), 여신전문(47.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결론지으면, 국내외 AI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국내 금융권의 AI관련 인력의 수급 및 전문성 수준은 아직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전반적인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에서 AI의 역할이 확대되고 실제로 AI활용을 통한 업무의 효율성 증대를 체감하고 있다”며 “컨설팅회사들이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AI를 통한 금융회사의 업무시간 기준 생산성 향상은 20~70%까지 가능한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는 향후 5년간 금융인력 수요를 거시모델을 활용해 추정한 결과도 담겼다. 회귀분석을 이용한 예측에서 올해 금융인력은 78만9000명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 2029년 76만5000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고용탄력성을 이용한 계산에서는 향후 6년간 연평균 0.13%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전망한 전체 금융·보험업 인력수요인 78만명에 비해 감소한 수준으로 금융인력 수요는 감소추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