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글로벌 무역전쟁 확전 ‘잰걸음’

2025-02-10 13:00:04 게재

미 철강산업 살리려 칼빼들어

상호관세로 무차별 보복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에 대해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물린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여 주목된다.

로이터·AP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10일 발표 예정이고 ‘보복 관세’로 작동할 상호 관세는 11일 또는 12일쯤 발표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보편 관세가 30일 유예된 캐나다·멕시코를 포함한 전세계 모든 국가가 대상이며 기존 관세에 추가로 더해지는 것이나, 트럼프는 이를 언제부터 시행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상호 관세의 경우, 그는 “다른 국가가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면서 “발표 당일 즉시 발효되지는 않겠지만 곧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언급은 트럼프가 특정 국가와 산업을 대상으로 일련의 관세 위협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불과 일주일 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보편관세 부과를 30일간 유예한 바 있다. 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해선 10%의 추가 관세를 즉각 적용했다.

트럼프의 두가지 예고가 실행되면 글로벌 무역 시장은 상당한 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는 관세를 미국경제 재편, 무역적자 축소, 세수확보 전략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미국 제조업체들에게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라는 부담을 떠안기고, 고물가에 시달려온 소비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관세 전쟁이 확산돼 글로벌 무역 흐름이 둔화될 경우, 세수 증대 효과가 트럼프의 예상보다 낮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25% 보편관세 위협에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면서 이번 관세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방침은 미국 내 철강산업이 곤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가 좌초된 시점에 나온 것이다.

미국 철강 산업은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2017~2021년)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으나, 이후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일부 무역 파트너국에는 면세 쿼터를 허용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를 영국 일본 유럽연합(EU)까지 확대 적용했고, 이는 최근 미국의 철강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철강업체들은 수입 철강 증가로 수익과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보호 조치를 요구해왔다.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 문제는 지난 7일 미·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났다. 트럼프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담 후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완전히 인수하는 대신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제철이 US 스틸의 지분을 과반 이상 소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일본제철은 140억달러 규모로 US스틸을 인수하려 했으나 바이든 정부 반대로 무산됐고 트럼프 역시 반대해 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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